사설-전투병 아프간 파병은 안된다

입력 2002-05-28 00:00:00

미국이 한국군 전투병의 아프간 파병을 비공식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내 반미감정 등을 의식, 정부차원의 공식요청에 앞선 현지 주둔 미군사령부의 구두타진은 '알아서 지원해 달라'는 사실상의 파병종용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상황에서 우리 전투병의 아프간 파병은 없어야 한다. 대(對) 테러전 승리와 함께 아프간에 친미정권까지 들어선 이 상황에서의 전투병 파병은 국내외적으로 내세울 명분부터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반(反)테러라는 국제적 명분에의 동참과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수행을 위해 군의료진과 수송단 등 비전투병력을 자진 지원했다. 그것은 '양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규정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에 대한 일차적인 도리는 다한 셈이다.

따라서 전쟁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2차적인 파병요청까지 응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전투병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전투상황과 미국의 요청수준, 한반도 정세 및 아랍권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었고, 그 시각은 지금도 유지돼야 옳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이다. 전투병 파병시 예상되는 북한의 반발과 이에 따른 남북관계의 악화는 우리가 바라는 평화공영에 악재가 될것이다. 또한 이슬람권의 여론악화는 필시 자원외교에 큰부담이 된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의 전투병 파병은 우리가 월남전에서 경험했듯 계속된 병력증파의 함정에 빠질 우려도 크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월남전때의 우리가 아니다. 현단계에서의 전투병 파병은 국내상황과도 배치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남겨놓은 정치적 상황에서 국회동의부터 얻기가 어렵다.

월드컵대회와 두가지 선거를 치러내야 하는 숨가쁜 비상상황, 그리고 국민적 정서도 전투병 파병과는 전혀 맞지않는 것이다. 정부는 우방 미국에 이 점을 오히려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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