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슈와 징크스-황금신발 주인 독점왕 누가 될까

입력 2002-05-27 14:18:00

21세기 첫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득점왕은 과연 어느 나라의 어느 선수에게 돌아갈 것인지, 과연 6점벽은 깨어질 것인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역대 월드컵을 통해 득점왕과 득점왕이 나온 나라를 짚어보고 이번 대회의 득점왕을 예측해본다.

◇골든슈는 누구에게

아르헨티나의 노장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가 지난 23일 J리그 우승팀인 가시마 엔틀러스와의 연습경기에서후반에 출장,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며 4골을 몰아 넣어 팀의 5대1 대승을 이끌어 언론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언론들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먹잇감을 사냥하는 사자처럼 빠르고 강하게 상대 문전을 유린하는 바티스투타를 득점왕 후보로 찍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득점왕 후보로 세계적인 축구사이트와 스포츠 베팅회사들은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잉글랜드의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 브라질의 돌아온 천재 호나우두, 아르헨티나의 에르난 크레스포,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 포르투갈의 페드로 파울레타, 스페인 라울 곤살레스, 독일 미하엘 발라크 등 특급 골잡이들을 든다.

이들 외에도 본선진출 32개국 스트라이커들이 모두 득점왕을 향한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그러나 같은 팀안에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많을 경우 오히려 '골 분산효과' 때문에 득점왕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이 94미국월드컵 4골, 98프랑스월드컵 5골로 역대 통산 최다골에 도전하는 바티스투타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것도 팀 내에크레스포와 클라우디오 로페스라는 최강 투톱이 버티고 있는 등 골잡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크호스들

78아르헨티나월드컵부터 지난 프랑스대회까지 역대 득점왕을 살펴보면 86년 멕시코 대회의 게리 리네커(잉글랜드) 외에는 한결같이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골든슈의 주인공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98년 다보르 수케르(크로아티아), 94년 살렌코(러시아),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90년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 82년 파울로 로시(이탈리아), 78년 마리오 켐페스(아르헨티나)는 대회 전에는 솔직히 득점왕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도 미리 점찍었던 선수가 아닌 다크호스들이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다크호스 중에서는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 포르투갈의 페드로 파울레타, 스페인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이탈리아의 빈첸초 몬텔라 등이 돋보인다.

또 우크라이나의 셰브첸코에 이어 최다 득점을 기록한 덴마크의 폭격기 에베 산을 비롯해 러시아 최고 골게터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 스웨덴의 헨리크 라르손, 터키의 황소 하칸 슈퀴르도 유럽의 내로라하는 골잡이지만 팀 성적이 4강까지 받쳐주지 못한다면 득점왕 욕심은 무리다.

아프리카 돌풍을 이끌고 있는 카메룬의 파트리크 음보마와 나이지리아의 카누, 세네갈의 엘 하지 디우프 등 3인방도 다크호스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득점왕은 3위팀에서

이번 대회의 득점왕을 점쳐보기 전에 역대 월드컵 득점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징크스를 발견할 수 있다.우선 득점왕은 우승국보다 3위를 차지한 국가에서 많이 나왔다. 월드컵 본선진출국들은 일단 조를 나눠 예선을 치른 뒤 토너먼트 방식으로 16강, 8강전 등을 거쳐 결승전까지 경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국가의 선수보다 결승전까지 진출한 국가의 선수가 당연히 많은 경기를 하게 되고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그런데 역대 득점왕은 우승국보다 3위를 차지한 국가에서 많이 배출했다.

지난 34년 이탈리아 대회를 비롯해 38년 프랑스, 58년 스웨덴, 66년 잉글랜드,70년 멕시코, 74년 서독, 90년 이탈리아, 98년 프랑스월드컵 등 8개대회에서 3위국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어 준우승팀이 4회(30년 우루과이, 34년 이탈리아, 50년 브라질, 54년 스위스)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반면 우승팀에서 득점왕이 나온 경우는 불과 3회에 불과하다.

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우승할 때는 스키아비오가 4골로 공동득점왕을 차지했고, 78년 켐페스(6골·아르헨티나), 82년 스페인월드컵 때 파울로 로시(6골·이탈리아)가 우승컵과 득점왕 골든볼을 동시에 거머쥔 바 있다.

우승국보다 3위국에서 득점왕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게임수에서 우승국과 같으면서도 우승에 대한 부담은 적다는 심리적인 면 때문인 듯하다. 그만큼 스트라이커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6점 벽 깨어질까

한편 역대 득점왕 기록에서는 '마의 6점벽'을 발견할 수 있다.역대 월드컵 득점왕 중 최다 득점은 1958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프랑스의 퐁텐느가 기록한 13골이다.그러나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켐페스가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후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총 6개 대회 동안 득점왕은 6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장장 20년간 마의 6골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드컵은 제1회 우루과이대회 때는 13개국이 참가해 18경기가 진행되었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팀이 치르는 게임수는 5회에 불과했다. 하지만점차 많은 국가가 월드컵 무대에 서기를 원하면서 참가국 수는 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32개국 참가에 64경기로 확대되었고 결승 진출팀은 7게임까지 갖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 게임수는 늘었으나 최다득점이 6골에 묶여 있다. 이유는 미드필드부터 강력하게 압박하는 현대축구 스타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어떤 걸출한 스타가 득점왕에 오를지와 함께 득점왕 징크스도 함께 깰 수 있을지 개막이 기다려진다.

월드컵특별취재반

▨역대월드컵 대회 우승팀과 득점왕

1930 우루과이스타빌레(아르헨티나·8골)

1934 이탈리아코넨(독일) 네예틀리(체코) 스키아비오(이탈리아·이상 4골)

1938 이탈리아(2회)레니다스(브라질·7골)

1950 우루과이(2회)아데미르(브라질·9골)

1954서독코시스(헝가리·11골)

1958 브라질퐁텐느(프랑스·13골)

1962 브라질(2회)알바르트(헝가리) 이바노프(소련) 산체스(칠레) 가린샤(브라질) 예르코비치(유고·이상 4골)

1966 잉글랜드에우제비우(포르투갈·9골)

1970 브라질(3회)뮐러(서독·10골)

1974 서독(2회)라토(폴란드·7골)

1978 아르헨티나켐베스(아르헨티나·6골)

1982 이탈리아(3회)로시(이탈리아·6골)

1986 아르헨티나(2회) 리네커(잉글랜드·6골)

1990 독일(3회)스킬라치(이탈리아·6골)

1994 브라질(4회)살렌코(러시아)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이상 6골)

1998 프랑스수케르(크로아티아·6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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