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총영사관 탈북 사건

입력 2002-05-27 14:34:00

한국 정부는 중국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23, 24일 이틀간 진입한 탈북자 3명을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진입 직후부터 요청하고 있다.

한국측은 이들 3명이 제3국 공관에 진입하지 않고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지역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한국 직행도 내심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북한을 고려해 탈북자들을 관례적으로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왔다.

한국측은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북한의 반발을 사 중국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측은 또 한국 공관에 들어온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공개적으로 취함으로써 앞으로 탈북자들의 한국 공관 진입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측이 이번에 탈북자들의 한국 공관 진입을 협상 과정에서 공개함으로써 "북한도 상당히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이번 협상이 성공하면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가 한국으로 가는 관례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공관에 들어와 한국으로 간 탈북자들은 황장엽 노동당전 비서를 비롯해 소수이다. 따라서 이들 3명의 한국행은 첫 사례도, 새로운 선례도 아니지만 탈북자들의 한국 공관을 통한 망명이 공식으로 굳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이들 3명의 한국행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은 약간 다를 수 있다. 중국측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어려움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중국측은 이들 3명의 한국행 요청에 대해 아직 특별한 반응이 없으며 거부 반응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측이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앞으로도 계속 한국으로 보낼지도 역시 더 지켜보아야 한다.

"한국측은 이들 3명을 조용하고 빠르게 본인들의 희망대로 처리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국대사관의 장세창 공사는 말했다.

그는 "만약 탈북자 S씨가 지난 17일 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 요청을 했는데도 묵살했다면 담당자는 당연히 처벌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3명은 총영사관 직원 휴게실의 한쪽편에 침대등을 마련해 생활하며 한국 음식을 배달해 먹고 있다.

이에 앞서 탈북자 3명이 23, 24일 연이틀 총영사관에 진입해 한국행 망명을 요구했으며, 한국측은 중국과 이들의 망명 허용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

탈북자 김모씨(35.남)와 박모씨(30.여) 등 2명은 24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5시)께 경비가 전화받는 틈을 타 정문을 통과해 건물의 민원실 현관에 줄을 서있다가 보안요원을 밀치고 들어와 박 여인이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쳐 영사 면담 실로 인도됐다.

또 23일 오전 10시50분(한국시간 오전 11시50분)께는 탈북자 최모씨(40)가 중국인 신분증을 보이고 보안을 밀치고 총영사관에 진입했다. 이들의 진입 당시 주변에는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100~200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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