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대구경찰도 정신 차리자

입력 2002-05-27 14:59:00

'안전 월드컵'에 비상이 단단히 걸렸다. 30대 미국인이 영국 신문기자로 속이고 월드컵 등록센터에서 취재용 출입카드를 발급받아 달아났기 때문이다. 허술한 발급체계도 큰 문제지만 부정발급 사고가 난지 일주일만에 경찰이 알고 추적했지만 결국 '닭쫓던 신세'가 됐다는 점에서 경찰의 늑장대응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모든 월드컵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이 카드가 테러조직에 넘겨져 위조카드로 둔갑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라. 이 더위조차 오싹하지 않는가? 한국 대 미국전이 6월10일 대구서 열리고 보면 차제에 대구경찰이 정신 바짝 차릴 것을 다시 한번 주문한다. 아울러 '안전 월드컵'은 월드컵경기장의 안전과 시민생활의 안전이라는 두가지 안전문제임을 지적코자 한다.

이 사건으로 일단 당국의 안전대책은 못믿을 안전대책이 돼버렸다. 경찰이 좍 깔려 눈에 보이는 사고만 막으면 뭐하는가? 이처럼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기는데. 등록현장에서 얼굴사진을 찍어 카드를 발급해주기 때문에 범인은 영국기자의 분실여권을 위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의 행적이 지난 15일 입국, 16일 카드발급, 20일 일본 출국, 24일 LA도주로 밝혀졌는데, 우리 경찰은 25일에야 일본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니 또 버스떠나고 손든 꼴이다. 일단 6천500명에 이르는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엔 포함돼 있지 않다지만 그가 특별한 목적없이 이런 짓을 저질렀을 리는 만무하다. 아랍계로 추정되는 '마이클 폴'이라는 이 미국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한.미 어느 쪽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강조하거니와 월드컵의 성공은 '안전'이다. 테러가 생기면 공든 탑은 무너진다. 대구에선 6월6일부터 하루 걸러 3게임이 있고 29일엔 3.4위전이 있다. 게임마다 2천여명의 경찰이 경기장 안팎에 깔린다지만 '열순경이 한도둑 못막는다'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울러 경찰은 월드컵을 핑계로 생활치안을 펑크내지 말기 바란다. 축제분위기를 비집고 나올 강.절도 대책에도 방심해선 안된다. '무사고 월드컵'이야 말로 대구경찰의 자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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