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는 우리에게 '희망과 가능성의 세기'일 수 있을까? 감히 '그럴 수 있다'는 자답을 해도 좋으리라. 우리가 느끼는 현실이 암담하고 멸렬하다 해도 눈을 돌려 돌아보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한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 무대에 우뚝 선 음악가들만도 그런 희망을 유감없이 안겨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첼리스트 정명화씨, 지휘자 정명훈씨 남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소프라노 조수미씨,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씨, 첼리스트 조영창.장한나 등 그 이름조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을 키워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손을 잘 쓰는 장장근이 발달돼 있다 한다. 스포츠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인은 오른쪽 뇌가 커 이론이나 분석력보다는 직관을 통한 상상력이 뛰어나 손재주가 두드러진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재주를 떠받치는 건 우리 특유의 '신명'과 '끈기'에 있지 않을까.
▲지난 24일 미국 최고의 종합예술대학인 줄리아드대학의 졸업식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국 학생 안수진(安秀鎭.22)씨가 '피터 메닌상'과 '존 어스킨상'을 동시에 수상, 이 학교 개교 이래 한 학생이 두 가지 상을 처음 받는 기록을 세워 화제다. '피터 메닌상'은 음악 부문 최우수 졸업생에게 수여하며, '존 어스킨상'은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인문학 성취도가 가장 뛰어난 학생에게 주어지므로, 영역 밖의 무용.연극 부문 상 외에는 최고상을 휩쓴 셈이다.
▲네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안씨는 열 살 때인 1990년 아버지 안진기(安晉基.54.현 연합뉴스 경제국장)씨를 따라 미국에 유학, 본격 레슨을 받았으며, 보스턴 인근의 '월넛 힐'을 거쳐 이 학교에 진학했었다.
12세이던 1992년 대학생들까지 출전한 '롱비치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우승했던 그는 1996년엔 '보스턴 심퍼니'와 협연하는 등 일찍부터 빼어난 재능을 과시했고, 대학에서는 무용.연극 등 모든 예술 분야에 남다른 신명과 끈기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한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는 '한국인은 기마민족이기 때문에 한곳에 머물지 말고, 자꾸 바람처럼 세계로 내달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화가 이우환씨도 '난 영원한 떠돌이다. 나는 늘 시대의 최첨단 지대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바람처럼 내달으면서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기적처럼 이뤄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를 '신명'이라 하나 서양인은 '동양의 혼'이라고 일컫는 모양이다. 우리의 남다른 재능과 끈기, 그 '프러스 알파'인 신명이 계속 '희망의 전언'을 안겨주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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