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언에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광에 먹을 게 가득하면 자연스레 인심이 후해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저 유명한 맹자(孟子) 말씀, '먹고 살 재산이 있는 사람은 변함없는 마음을 지닌다(有恒産者有恒心)'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결국 이 말들은 굶주리는 백성을 이끌고는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아 틀림 없다.
▲옛 선비들은 이처럼 민초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론 벼슬아치들은 청렴해야 나라가 된다 했다. 그래서 '벼슬아치가 돈을 좋아하지 않으면(文臣不愛錢) 그 나라는 저절로 흥성한다'고 했던 것이다. 나라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권세에다 막강한 부(富)까지 겸한 그런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면 이야말로 난세 아닐까 한다.
▲민주당 이협(李協) 의원이 말썽많은 타이거풀스의 계열사인 임팩프로모션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은 충격이다. 몇 억원, 몇 십억원씩 오가는 우리 풍토에 2천만원쯤이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 의원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4선 의원이 되는 지금까지 여야 모두가 청렴 의원으로 인정, '미스터 클린'이라 기꺼이 불러왔던 그이기에 사실의 진위 여부는 제쳐두고 어쩔 수 없이 "아! 이 의원 당신마저..." 싶은 생각부터 갖게되는 것이다.
▲사실 이협 의원은 4선 의원이면서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아왔다. 13년동안 연탄 불 지피는 13평짜리 아파트에 살다가 최근에 28평짜리 아파트에 전세 들었다. 지난해 11월엔 들어온 후원금 1억3천만원 중 뒤끝이 찜찜하다 싶은 2천500만원을 되돌려 주어 화제를 모았던 그였다. 속내를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엔 인기 유지를 위해 '내숭'을 떠는 것 쯤으로 폄하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4선(16년)동안 흔들림 없이 검소할 수 있는 그런 '내숭'이라면 내숭도 존경받을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협 의원 보좌관이 "이 의원은 전혀 모른다. 내가 입금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는지 기다려진다. 이 의원이 돈을 받고 영수증 처리가 안됐다고 시인한 만큼 자칫하다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이협 의원이 무혐의 처리돼 '미스터 클린'이란 애칭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하는 소리도 있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에서부터 각계각층 어느곳이든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나오는 이 절망적인 '게이트' 시대에 그래도 여의도 한 구석에 깨끗한 정치인이 있다는 믿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백성은 배불리 먹이되 자신은 돈과 담을 쌓는 그런 지도자는 정녕 없다는 것인가.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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