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이야기-연예인 도덕성 시비

입력 2002-05-25 14:11:00

김동인 소설 '광염(狂炎)소나타'를 읽어보셨는지.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백성수는 피아노곡 '광염소나타'를 만든 천재 작곡가. 예술을 향한 광기는 그로 하여금 방화를 저지르게 하고, 시체를 모욕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도록 해 마침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런데 소설 속 화자(話者)인 K는 이렇게 뇌까린다.

"천년, 만년에 한 번 나올 천재를, 몇개의 변변치 않은 범죄를 구실로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건 더 큰 죄악이 아닐까요".10대 소녀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최근 탤런트 겸 배우 이경영이 물의를 빚자 연예계가 또 한번 뒤숭숭하다. 이경영이 출연, 개봉이 임박한(31일)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2002' 제작사측도 당혹해하고 있다. 얼마전 엑스터시 복용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성현아도 영화 '보스상륙작전'으로 복귀했다.

이경영은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온 사랑을 슬프게 떠나 보내는 남자로, 성현아는 명품을 즐기는 술집 여종업원으로 등장한다.두 연예인을 둘러싸고 "공인으로서 어떻게 그럴수가"란 비난이든, "연예인은 사람아니냐"는 동정론이든 '연예인 도덕성시비'가 또다시 안주거리로 올랐다.

성현아 홈페이지 게시판엔 "대중이 용서할때까지, 스스로가 자신을 용서할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니, 벌써 자신을 용서했는가"라고 비꼬는 글이 올랐다. 이경영 홈피에는 영화제목을 빗대 "이경영을 '죽어도 다시 한번' 용서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마녀사냥식 수사, 선정성만 추구하는 왜곡보도'라든가, '닳아빠진 10대에 휘둘린 선량한 피해자'란 여론도 반대편에 있다.

'광염소나타'를 운운한 의도는 이렇다. 물론 이경영, 성현아는 '천년, 만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는 아니요, 고상한 예술가는더욱 아니다. 문제는 "연예인이란 이유로 도덕성에서 비켜설 수 있나"다. 당연히 아니다.

'인지상정'류의 동정론도 그렇다. 다른 범죄자들은 인간이 아닌가. 팬이나 지인들의 '사랑'을 등에 업은 반박공세도 '속 보인다'.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만회하겠다는발상도 지극히 연예인적이다.

이쯤에서 넘버 3의 최민식의 한 마디. "'죄'가 무슨 죄가 있어. 죄진 놈이 나쁜 놈이지". 진실을 가리거나, 사태를 서둘러 무마하려하기 전에 자숙하는 모습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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