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

입력 2002-05-24 14:01:00

이 영화는 NEOs(Near Earth Objects:지구 근접 물체)의 충돌 위험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1994년 목성에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충돌하는 장관이 관측되고 1997년 3월에는 B.G.마스덴이 1.5km 크기의 소행성 '1997 XF-11'을 발견, 2028년 지구에서 약 5만km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영화 초반부에 아틀란티스호의 우주인이 고장난 인공위성을 수리하다가, 유성에 의해 피격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일은 실제로 가능할까? 인공위성은 고도에 따라 저궤도.중궤도.고궤도.정지궤도 위성으로 구분된다. 저궤도 위성의 경우 대략 500~1천500km 정도의 궤도에서 활동하며,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3만5천786km에서 활동을 한다.

저궤도 위성 가운데 궤도가 더 낮은 것들도 있지만, 저궤도일수록 대기와의 마찰이 심해져 궤도 유지를 위해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인공위성은 적어도 300km 이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고도에서 유성이 생길 수 있을까? 유성은 태양계에 산재해 있는 미소천체(먼지나 돌)가 중력에 끌려 지구로 떨어질 때 대기와 마찰로 타면서 빛을 내는 것을 말한다.

유성은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기 위한 충분한 속력과 대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는 생기지 않으며, 적어도 100~130km는 돼야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아틀란티스호를 피격한 유성은 허구적인 설정이다.

임무를 띠고 날아간 두 대의 스페이스셔틀이 소련의 우주 정거장으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도중 화재가 발생해 급하게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폭발한 우주 정거장의 잔해가 스페이스셔틀을 향해 떨어지는(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만약 지상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부품의 일부가 비행기에서 떨어졌다면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게 되지만 인공위성의 경우는 이와 달라서, 일정한 궤도를 따라 궤도 운동을 하고 있는 물체이다. 여기서 우주인이 빠져 나와 작업을 하고 있어도 그는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인공위성과 함께 동일한 속력을 가지고 궤도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서와 같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서 인공위성에 붙어있던 탱크가 아래로 추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폭발한다면 폭발력에 의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오류는 뭐니뭐니 해도 소행성에 관한 묘사일 것이다. 두 대의 스페이스셔틀이 날아갔지만, 한 대는 그만 추락해 불에 타고 있다. 또 한 대 남은 굴착기마저 폭발에 의해 우주로 날아가 버리자, 크게 실망한 해리(브루스 윌리스 분)가 돌조각을 손에 쥐고 바람에 날리고 있다.

추락한 우주선에 불이 나고, 해리의 손에서 떨어지는 돌조각들이 날릴 수 있는가 ? 아무리 극적인 효과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만들 수 있나 싶은 정도이다.

불은 물질이 연소하는 현상이며, 연소를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또한 돌조각이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야 하며, 바람은 바로 공기의 움직임이다. 소행성보다 훨씬 큰 천체인 달도 공기를 붙잡아둘 만큼의 중력이 없어 대기가 없는데, 그 보다 훨씬 크기가 작은 소행성에 대기가 있을 수 없다.

구미 진평중 교사 nettre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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