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도관 김태홍씨 '감옥별곡' 펴내

입력 2002-05-24 14:41:00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이 아닌 전직 교도관이 '감옥별곡'(도서출판 북랜드)이란 책을 냈다. 저자는 경주 출신으로 대구.경주.안동.부산교도소 등에서 30년간 교도관으로 일해왔던 김태홍(52.한국산업경제개발원 이사)씨.

그가 쓴 감옥별곡은 책 이름 그대로 천태만상의 인간군상들과 더불어 체험한 파란많은 옥중 비화이다. 강단있는 성격과 체구로 '보안통'으로 불렸던 그가 교도소내 법규와 질서 확립을 위해 몸으로 맞섰던 일화는 물론 시국사범들에 대한 애증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조폭 두목과의 한판 대결, 법창야화의 주인공 석구봉 도사의 흉물, 아들을 낳기 위해 마메조리(사형수의 체모로 만든 조리)를 구하러 온 여인, 첫 저승사자 노릇(사형집행)후 밤새워 마신 술, 공안사범으로 들어온 전직 장관과의 활극….

그야말로 '산지옥'에서 겪었던 극적인 경험담들이다. 김씨는 법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 고뇌하는 교도관들의 애환도 그렸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절망하거나 절규하는 재소자들의 모습을 빌어 혼탁한 세태와 왜곡된 시대를 질타하거나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도 보인다.

오랜 세월 감옥살이 아닌 감옥생활을 하면서 재소자들과 더불어 보낸 굴곡진 시간들을 그냥 묻어 두기가 아까워 서투른 붓을 들었다는 김씨. 그는 이번에 밝히지 못한 예민한 이야기들도 보다 완곡한 표현으로 묶어 올 연말경 제2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옥에서 만났던 숱한 사람들이 악연이든 선연이든 모두가 값비싼 인생수업 교사였습니다. 이 별난 경험담이 교도소 담장 안의 또다른 삶을 이해하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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