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사람들이 서울 강남을 선호하는 추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군이 좋고, 학교 성적을 쑥쑥 올려 주는 학원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살아야 아이가 제대로 공부해 명문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서너개의 학원에 다니고, 학원 버스가 있는데도 어머니들이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태워주는가 하면, 고액과외 가정교사를 붙여 지도하는 집들도 비일비재란다. 하지만 과열 과외가 어디 강남뿐이겠는가. '망국병'이라 할 정도로 보편화된 세태이지 않은가.
▲과도한 사교육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국가 교육 예산 21조원을 넘어섰으며, 공교육비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오랜 세월 그럴듯한 교육이론을 앞세워 입시 제도나 교육 정책을 수없이 바꿔 왔는데도 사교육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 효과는 어떠할까.
▲과외나 선행학습이 저학년 단계에서는 '반짝 효과'가 있으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조사에 따르면, 중1 때 내신 평균이 과외집단이 비과외집단보다 높았지만(국어 5.52점, 영어 11.90점), 고2 때는 격차(국어 3.24점, 영어 7.22점)가 줄어들었다.
다만 수학은 중1 때 3.99점에서 고2 때는 6.72점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상위권 과외집단이 고2 때 국어 2,66점, 영어는 1.34점이 낮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선행학습이 심한 수학의 경우 상위권의 역전 현상은 없었으나 과외집단이 중1 때 0.75점, 고1 때는 1.01점 정도 높은데 불과해 투자에 비해 효과가 극히 미미한 편이다.
또 지난해 2000년과 2001년 성적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석차 백분위에서 과외 학생이 중2 때 국어 2.8등, 영어 2.55등 오른 반면 6개월 이상 미리 선행학습을 한 경우 국어 1.13등, 영어 0.76등으로 떨어져, 과외를 계속하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역효과를 빚기도 했다.
▲냉정하게 보아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제도나 정책에 비롯된 측면도 강하나 과도한 교육열과 배타적 경쟁심을 지닌 학부모들의 왜곡된 의식이 자초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남들이 시키니 내 아이만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자녀를 사설학원이나 과외교습으로 내몰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녀들도 자신이 받는 사교육이 진정으로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고, 보충학습의 효과가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가 덧나기만 해온 과외병을 치유하는 '자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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