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파업 파괴력 얼마나

입력 2002-05-21 00:00:00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산별교섭 수용 등을 정부와 사용자측에 거듭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걸고 '월드컵 파업'을 피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달여 앞서 각 산별노조가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정부와 사용자측은 노조탄압과 협상거부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 외에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서 '또다른 열매'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노조 파업협상 마무리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심한 내부 진통을 겪었던 만큼 이번 총파업을 통해 이른바 '국내 유일의 선명 노동단체'를 자부하는 조직을 추스리고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각종 현안에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을 이끌어가는 수레바퀴의 양축은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다. 금속노조의 경우 예년보다 한달여 앞당긴 지난 3월부터 올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올해부터 각 지부별로 교섭단을 꾸려 실질적인 의미의 산별교섭을 시작했지만 사용자측이 산별교섭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임금 11만원 인상 등의 노조요구안에 대해 사용자측이 협상안 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도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한 인력확보와 산별교섭, 임금 12% 내외 인상, 직권중재 조항 철폐 등의 요구를 내걸었지만 협상과정에서 뚜렷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들 양대 산별 노조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이 무기한 전면 형태가 될 것이라며 파업의 '파괴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자동차 3사, 조선업체 등 대형 사업장이 빠져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전국 호텔 노조원들이 소속된 관광연맹도 파업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으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노동청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하지만 현재 예정대로 금융노조가 이 달 31일 파업에 들어가 은행이 파행 운영되고 파업불사를 선언한 대구지하철공사 등 대구지역 공공부문 노조가 단체행동에 들어간다면 '월드컵 파업' 여파가 예상외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구경영자협회 정덕화 부장은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금속노조의 경우, 대구지역 7곳 사업장의 업종이 다르고 회사규모도 다른 상황에서 노조가 일률적인 교섭안을 내놓고 사용자측에 이를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특히 올해는 월드컵이라는 국가대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용자 단체가 수차례 노조에 협조를 구했던 만큼 노동조합이 시기상황을 잘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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