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 인심 너무 야박해...

입력 2002-05-20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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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호대기 중 본인의 실수로 앞차 뒷 범퍼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히 길가에 차를 정차시키고 앞차 운전자에게 미안하다고사과를 했으나 앞차 운전자는 다짜고짜 정비공장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우선 차량상태를 살펴보자고 하니 그제서야 대충 뒷 범퍼 상태를살피는 것이었다.

내 차량은 9인승 가스차량이고 앞차는 1톤 화물트럭이었다. 차량상태를 살펴본 앞차 운전자는 뒷 범퍼가 찌그러졌으니 차량 하부 어딘가도 찌그러졌을 것이라며 무조건 정비공장에 가서 견적을 내봐야 된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앞차의 뒷범퍼는 철제범퍼였는데 중간부분이 찌그러져 있기는 했지만 찌그러진 부분이 변색된 것이 이미 찌그러진 지 오래 된 것이 분명했다.

사고의 흔적이라고는 추돌시 내 차 번호판에서 찍힌 초록색 페인트 자국만 서너 군데 점점이 보일 뿐이었다. 사실 신호대기 중에 브레이크를 놓치는 바람에 미끄러진 차가 부딪치면 얼마나 세게 부딪쳤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고 당장 차량 상태를 보더라도 앞차 운전자의 주장은 억지가 분명해보였다. 하도 억울해서 앞차 조수석에 함께 타고있던 사람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 사람도 내 말에 수긍하듯 씩하고 한번 웃고 마는 것이었다.

결국 앞차 운전자가 불러낸 정비업자가 곧 도착했고, 정비업자는 피해자가 뒷 범퍼를 교환하겠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 교환비용은 6만원 정도 소요되니 당사자 간에 잘 합의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을 주고 합의했지만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앞차 운전자는 "재수 없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리라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실수로 사고를 낸 것은 내 잘못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실수를 빌미삼아 별다른 피해도 없으면서 돈을 뜯어내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닐 것 같다. 이제까지 뒷 범퍼가 긁히는 가벼운 사고를 몇 번 당했지만 그때마다 상대방에게 다친 데 없으니 괜찮다고 그냥 보낸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것일까.

김선경(대구시 두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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