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불려 다니기 일쑤다. 2주일에 한번씩 학교 급식 당번, 청소 당번, 한 달에 한번 현장 학습, 학기당 두 번의 참관수업, 여기에 보조교사의 날까지. 담임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엄마들이 학교에 가야 할 날은 많고도 많다.
다른 엄마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학교 일에 신경을 쓰자면 1년에 30일쯤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엄마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일, 집안 일에 지친 엄마들에게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직장을 가진 엄마들 중엔 궁여지책으로 학교 청소에 도우미 주부를 고용해 대신 보내기도 한다. 어쩔 수없이 학교 일에 나선다는 엄마들과 학교 일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늦게 퇴근하는 탓에 한 번도 학교 청소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한 맞벌이 엄마는 미안함을 달래려고 1년에 2번씩 같은 반 엄마들을 모셔놓고점심을 대접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엄마는 공연히 미안한 마음에 선생님께 봉투를 건네려다 무안만 당했다. 게다가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얼굴이라도 비치라고 요구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난 엄마들은 참 난감하다.
엄마들은 도무지 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이가 막무가내로 와야한다고 고집할 때가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아이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다는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께는 사정 설명을 할 수 있지만 아이가 기죽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더라도 둘째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학교 청소나 환경 미화 참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작은 아이를 업고 갈 수도 없어옆집이나 베이비 시터 등에 맡기고 다녀온다는 엄마도 있다.
비교적 자주 학교에 가는 엄마들도 학교와 선생님은 여전히 어렵고 부담스럽다. 아이들도 옛날 같지 않아 엄마의 옷차림이 친구 엄마들에 비해 촌스러워 보이지나 않을까 잔뜩 신경을 쓴다.
이제는 아이가 4학년이라 걱정을 덜었다는 한 엄마는 큰 마음먹고 학급 환경미화에 참여했다가 미대를 졸업한 엄마와 한 조가 되는 바람에 단단히 망신을 당했다고 말한다. 어렵게 시간 내 환경미화에 참여했다가 아이한테 죄지은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학부모들은 부담스러운 '학교 용역'의 대안으로 서울의 한 학교를 예로 든다. 5,6학년들이 당번을 정해 1,2학년의 청소와 급식을대신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고학년들의 조언은 저학년들의 학교생활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은 잘하든 못하든 학교에서의 일은 아이들에게 맡겨 두는 편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사들에게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은 사실상 교실 청소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집안 청소 한번 해보지 않은 아이들도 많아 옛날 생각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창문 청소 등은 위험해 시킬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인다.
한 여교사는 학부모들을 부르기가 곤란해 혼자 교실 청소를 하거나 토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남편을 불러 대청소를 하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우리 어린 시절에는 청소도 환경미화도 모두 우리 손으로 했는데…". 한 엄마는 말끝을 흐리면서 어쩌면 우리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은 아닐까,자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