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2-05-20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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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은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 순간의 生이

뜬 금 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 전

세상 눈뜨기 전부터 키워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게워낼 줄을 안다

-강초선 '흐르는 물에 향기를- 비누'

물에 녹는 비누를 제 몸을 깎아 세상에 향기를 보내는 헌신에 비유한 발상이 재미있다. 그것이 비록 한 순간의 뜬 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에 등을 밝히는 이들이 많다.

어제가 초파일이었다. 이 시의 논리대로라면 사찰마당에 매달린 연등도 비누이고 부처도 비누이고 예수도 비누이다. 그래서 나도 비누가 되고싶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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