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안무 '하늘 고추'

입력 2002-05-20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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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고추를 집필한 대본 작가 장 승헌은 "원색은 쓸쓸한 색이지만 독한 색"이라고 말했다. 안은미가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대구 별곡', '성냥 파는 소녀'에 이어 이번 세 번째 안무 작품까지원색 지향의 춤은 문화의 정체성에 잠겨 있던 분지 대구를 어떤 도발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본가의 말대로 그것은 '파격적 변화', '감각의 수혈'이라고 해도 된다.

얼마 전 안은미가 대구 시립 세 작품과 동행했던 어어부 밴드 연주회에서 국립발레단 스타 김지영의 10대의 방황을 끔찍한 아름다움으로 다루었듯 '하늘고추'에서 드러난 '몸의 도발성'은 안은미 춤 텍스트의 언어적 기호라고 하겠다. 그 기호는 몸을 읽어내고 발견하고 남녀의 성을 차별화하지 않는다.

'하늘고추'는 그 몸들이 관객들에게 읽혀지는, 여러 몸들이 몸을 실어나르는 돌연변이 장관이다. 정체성을 깨는 작업에서 몸의 기호는 더 할 나위 없는 재료들이다. 빨간 고추, 푸른 고추는 성적인 대위법 따위에 얽매이지않더라도 원색 특유의 쓸쓸한 색, 그리고 발랄하며 독한 색이다.

안은미는 그 원색 처리를 가장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억압된 본능을 풀어헤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안은미를 추종하는 여러 명의 민대머리 출현이라던가 (조만간 대구에도 쿨베르발레단 민대머리 도래를 예고했듯) 박쥐 우산 간주곡 역할, 특별한 인형 전연희 솔로, 안은미와 박동길 탱고 마무리에서 상체를 드러낸 쓸쓸하고 독한 꽃들(군무)과 탱고 격정에서 백현진의 오리 궁뎅이로 걷는 목소리의 딴청은 '몸을 춤추는 몸들'의 대구시립무용단 색깔로 다가왔다.

김영태〈시인.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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