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우리 대사관도 달라져야

입력 2002-05-18 15:21:00

탈북자 한명이 어제 베이징(北京)의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왔으나 우리 직원이 영사부재를 이유로 사흘뒤쯤 오라며 되돌려 보냈다는 얘기에 기가 막힌다. 그가 순순히 돌아갔는데 왜 이게 문제냐?고 외교부가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기가 막힐 것이다.

일본이 탈북자를 거부하고, 중국이 일본영사관에 이미 들어간 탈북자를 무자비하게 끌어냈다고 온 국민이 흥분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이런 식이면, 남 나무랄 것 하나도 없다. 탈북자라고 밝혔고, 분명히 "도와 달라"고 했다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묻고 대책을 강구할 일이지 영사가 없다니? 그가 찾아온 날이 금요일 오후다.

그러면 72시간 안에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판에 사흘뒤인 월요일에 오라니 이게 무슨 대사관이고 영사관인가? 이런게 우리 외교부가 항용 내세우는 '조용한 외교'인가?

이 행태는 마치 병원에 실려 온 응급환자에게 "의사 손이 모자라니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총영사관 민원실에 들어온 이 30대 북한사람은 "중국공안에 잡혀갔다 나와 막막한데 도와달라"고 했고 이에 영사관 측은 사흘뒤에 와달라며 중국돈 100원, 우리돈으로 1만6천원을 쥐어 보내면서 영사관 진입의도와 이름.신분 등을 하나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과정에서, 우리측은 북한인을 자칭하는 탈북자들에게 이것저것 묻지 않고 중국 돈 100~200원씩 쥐어보낸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이때문에 우리 대사관 진입을 꺼려하는게 베이징 탈북자들의 민심(民心)이라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적어도 우리가 '동포'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래선 안된다. 우리 대사관 주변은 중국공안의 경계가 강화됐으니 그는 월요일날 다시 올 수가 없다. 거듭 주장하거니와 국제사회에 탈북자문제를 인권문제로 공론화할 때도 됐다. 탈북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도 따지고 설명하라.

5만명인지 30만명인지도 모르는 탈북자 실태조사도 중국정부에 요청하라. 피한방울 안섞인 외국인 의사는 '보트 피플'을 만들어서라도 탈북자를 돕겠다는데 우리정책도 무슨 변화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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