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퇴직자들의 '금빛 봉사'

입력 2002-05-18 15:28:00

"나는 인생을 통해서 교육받은 내용들을 소중히 여기고, 교육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대한 봉사한다".

17일 오전 대구 중앙도서관 시청각실. 은빛 머리의 퇴직자 90여명을 대표해 교사 출신인 김준수, 이영희 부부가 봉사자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사회 각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은 뒤 퇴직한 55세 이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빛 평생교육 봉사단' 발대식. 퇴직 후 새 일거리를 마련한 사람도 적잖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각급 학교와 여러 기관.단체에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이 가득했다.

출신 직업별로는 금윤석 전 달성교육장, 권의열 전 동부교육장 등 교사 출신이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엄익명 전 안동대 학장을 비롯한 교수 출신, 공무원 출신 등 각계 각층에서 맹활약했던 전문가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식전 행사에서 판소리 공연을 해 갈채를 받은 곽말남(58.여) 한국다도대학원 교수는 전통 다도와 예절 교육을 진행할 예정. 남편인 변종수(65) 전 대구 북부경찰서장도 봉사단에 동참해 교통교육을 맡기로 했다. 곽씨는 "이처럼 의미 있는 봉사단에 남편과 함께 참가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예절 교육은 어릴 때가 중요하므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많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홍일화 전 달서경찰서 경위는 "퇴직 경찰 모임에서 대표로 왔는데 봉사할 일이 많으면 모두를 동참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봉사영역은 출신 직업과 특기 등에 의해 나눠졌다. 백지흠 전 대구보호관찰소 소장은 비행 청소년 상담, 이강재 전 상수도 사업소장은 수질환경분야, 장세철 전 대한항공 영업이사는 관광교통과 친절교육 등과 같은 형태.

김희중 중앙도서관장은 "봉사단원들은 올 연말까지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학습 동아리 참여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도 쌓으며 건강한 노후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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