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11 테러 한달 전 테러조직이 미국에서 비행기를 납치할 것이란 사실을 사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라 미 의회가 백악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테러희생자 유족들이 분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16일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6일 휴가중이던 텍사스주 목장에서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이 비행기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그러나 "총괄적인 정보를 공개하면 미국내 모든 민간항공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있어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의회 청문회 추진=미국 의회는 백악관에 테러 사전보고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부시 행정부의 조치에 대한 청문회와 수사 착수를 추진하고 있다. 딕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의회 청문회에서 부시 대통령과 다른 관리들이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언제 알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도 부시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과 연방수사국(FBI) 애리조나주 지부가 미국 비행학교 내 아랍인 활동을 경고한 메모 공개를 요구했다. 대슐총무는 또 "9·11테러에 대한 수사는 의회 차원을 넘어서 1941년 진주만 폭격 사전정보 부재에 대한 수사와 같은 차원에서 독립된 위원회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도 NBC 방송 '오늘(Today)'에 출연,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9월 11일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셸비 의원은 CIA와 FBI가 9·11 이전에 한 역할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수사촉구=많은 테러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테러전 정보 및 치안 시스템의 허점과 실패에 대해 강력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부인이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비행기에 타고 있다 숨진 스티븐 푸시는 "그녀가 항공기 테러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테러정보 비공개를 비난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남편을 잃은 크리스틴 브레이트와이저는 "9·11과 같은 테러가 결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소재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인을 국방부에서 잃은 돈 마샬은 "터프한 부시 대통령이 이 모든 정보를 갖고 도대체 어디 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리=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