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목민심서와 지방자치

입력 2002-05-17 14:07:00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군자의 학은 수신이 그 반이고, 나머지 반은 목민인데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고 저술 동기를 밝혔다.

결국, 다산은 지방관리의 가장 큰 소임은 목민에 있고, 목민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이 본 지방관리의 으뜸덕목은 철저한 도덕성과 엄격한 청렴성. 그러한 다산의 정신은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위에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최근 지방 자치를 실현해 나가야 할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잇따라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면서 행정공백 및 공직사회 동요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인천, 대구, 울산, 제주, 전북 등은 월드컵 개최도시여서 대회 진행의 차질 마저 우려된다. 또한 광역.지방의회의 경우를 포함하면, 비리에 연루된 지도자들은 훨씬 클 것이다.

이들 단체장들의 비리는 대체로 뇌물 수수와 관련이 있어, 자치단체장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상당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살림살이도 방만하게 운영해 자치단체의 부채규모가 민선 이전에 비해 무려 2~4배 이상 늘어나 있다. 그 중 대구의 경우 부채 비율 면에서 광역단체 가운데 최악을 기록했다

이를 전통적인 측면으로 견주어 보자면, 목민관으로서 수신(修身)이 부족한 데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광역.지방자치 단체장들의 도덕성 회복과 업무상 청렴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나아가 자치단체는 무리한 대형 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지방 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김일수(영남대 강사.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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