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검찰 출두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국민과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구는 홍걸씨의 모습이야말로 대통령일가(一家)의 불행일 뿐 아니라 우리 정치,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불행으로 받아들여진다.
꼭 5년전 이맘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죄송하다"를 연발하면서 검찰청사의 포토라인에 섰던 것과 똑같은 모습의 홍걸씨를 보면서 우리는 결코 유쾌치 못한 이같은 역사의 되풀이에 허탈해 하는 한편으로 분노케 된다.
DJ는 97년 재야시절 현철씨 비리가 불거졌을 때 '아들을 잘못 관리한 대통령의 잘못'을 엄중히 문책했었고 집권후에는 "국민의 정부의 대통령 아들과 가신(家臣)관리는 YS정권과 다를 것"이라 큰 소리 쳤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볼 때 DJ가 가신과 아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터무니 없는 헛말이었던 것이다. 그 보다는 YS와 DJ 모두 1인지배의 정당 구조속에 안주하면서 연고주의와 지역주의에 곁들여 가신그룹 중심의 인치정치를 하다 아들이 구속되는 참담한 좌절을 자초했다고 보아 틀림없다 할 것이다.
YS 5년동안 권력의 사유화 현상의 골이 깊어지고 학연과 지연에 따른 충성 경쟁속에 대통령 아들이 권력 실세로 자리잡아 '소(小)통령' 노릇을 하는 등 정치적 타락이 심화됐었던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만큼 DJ는 구두선만으로 아들관리를 할게 아니라 YS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철저한 아들 관리, 가신 관리를 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최규선 같은 브로커를 유별나게 신임하고 막내아들에 대한 육친의 정(情)을 절제하지 못한 끝에 이같은 화를 자초했으니 이 모두 대통령에게 일단의 책임이 있다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 대통령의 아들이 또다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검찰은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로 대통령 아들의 비리에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 각 정당도 대통령 아들 비리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