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코앞 총파업 구름

입력 2002-05-17 00:00:00

월드컵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주 호텔업계와 포항·구미공단의 금속·섬유관련 대형 공장 등 수십여개 사업장이 파업을 결의해 노사분규가 잇따를 전망이다.

경북도는 16일 '시·군 노정담당회의'를 열고 노사 평화선언 등 분규 최소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노동계측은 현 시기를 임단협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어 월드컵 개최와 맞물린 대규모 집단행동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악된 도내 파업예상 사업장은 금속·병원·택시·섬유노련 소속 33개 업체이며 노조원은 8천300여명에 이른다. 특히 한국노총은 이미 지난 12일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고 월드컵 개최에 앞서 파업에 돌입키로 결의, 한국노총 산하 관광노련에 가입한 콩코드호텔·하일라콘도·경주월드·신라컨트리 등 4개 사업장에서 분규가 우려된다.

포항지역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15,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총투표자 1천651명 중 1천356명의 찬성을 얻어 22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동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사업장별로 요구사항이 많고, 일부 사업장의 정년연장 요구에 대한 노사간의 시각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17일 오후 경주 용강공단에서 노조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총파업 승리결의대회'를 열었고, 포항지역 건설노조도 17일 포항종합운동장 주차장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가졌다.

구미에선 민주화섬연맹 대경본부 주최로 화섬 3사인 한국합섬·코오롱·금강화섬 소속 노조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한국합섬 광장에서'임단투 승리결의대회'를 열고 공단내 3km 구간에 걸쳐 가두시위를 벌였다. 또 민주노총 산하인 대우플라스틱과 한국전자 노조도 이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군과 노동청은 노동·경제인단체, 공무원이 참석하는 지역단위 '노사평화선언'을 추진토록 하고 과격 및 불법파업에 대해 적극 대응키로 했다.경북도 기업노동과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중 파업을 주도할 경우 국가적 손실과 국민의 반대여론이 우려된다는 점을 노동계에 알리고, 교섭자체를월드컵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준현·김성우·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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