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사연 담은 5월 꽃배달

입력 2002-05-15 14:08:00

누구에게나 5월은 평소 고마운 분들에게 작은 정성이라도 표현하고픈 날들이 많은 달이다. 그래서일까. 어버이날 미처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이나 은사에게, 성년이 되는 자녀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꽃다발은 어느때보다 화사하다. 꽃다발을 통해본 요즘 세태도 각양각색이다.

꽃집 미스타 플라워 대표 유형희(32.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는 1년 중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월은 밸런타인 데이와 함께 1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귀띔해준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은 밤새워 만든 꽃다발을 배달하느라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유씨는 이 일이 즐겁기만 하다. 꽃다발 받는 사람치고 웃지 않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꽃배달 가보면 대부분 깜짝 놀라면서도 좋아합니다. 먹을 수도 없고 오래 가지도 않는데다 값도 만만찮게 들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꽃바구니 하나에 감동은 두 바구니가 될 수도 있지요".

가장 많은 꽃배달 유형은 역시 연인들의 사랑고백용 장미꽃 다발. 얼마전, 직장이 서울에 있다 보니 대구에 있는 여자친구의 생일을 깜빡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한 남자가 토라진 연인의 마음을 돌린 것도 장미꽃 작전. 유씨도 아파트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내심 조마조마했으나 꽃다발을 받은 여자친구가 활짝 웃는 걸로 보아 작전은 대성공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40, 50대 중년부부들 사이에도 꽃다발 선물이 은근히 번져가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살짝 담은 카드와 풍성한 꽃다발은 매번 아내를 감동시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선물로 그만이라는 것.

김종희 플로라 대표 김종희씨는"몇년 전만해도 남자가 꽃을 들고 다니면 한심하게 쳐다보거나, 바람둥이가 아닐까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으나 요즘은 되레 낭만적으로 보는 추세인 것 같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받는 사람이 달가워 하지 않는 꽃배달도 있다. 특히 남녀 사이의 어긋난 만남에 끼여 황당한 경우도 많다는것. 유형희씨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좋아하는 남자의 직장으로 장미꽃 100송이를 보내달라는 한 여성의 막무가내식 전화에 배달을 나섰다가 거부하는 남자로부터 갖가지 싫은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었다고. 물론 그 여성의 독촉 전화에 한동안 시달리기도 했다.

또 부부싸움 후 화해의 선물로 보낸 꽃다발을 아내가 거부하는 바람에 문앞에서 30분이나서 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문을 열어 주질 않더군요. 도로 갖고 갈 수도 없고 시들면 안되는데 싶어 '기다릴테니 화풀리면 문열어 주세요'하고 무작정 기다렸죠. 결국 문을 열고 꽃다발을 받더군요".

때로는 꽃을 받고 얼굴을 찌푸리며 가격부터 캐묻는 주부에겐 잘 모른다며 얼른 달아나는 것이 상책. 또 가끔씩 중.고교 학생들이나 대학생의 주문을 받고 학교로 들어갈때는 뭇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집중을 감수해야 한다고.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짖궂은 장난기 때문에 꽃을 전해줄 학생을 못찾아 쩔쩔 속을 끓이기도 다반사.

꽃집 관계자들은 지난 어버이날엔 외지에 있어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하는 자녀들이 꽃배달을 부탁하거나 예비 시부모 또는 예비 처가에 애교섞인 꽃배달을 주문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세태의 변화를 실감케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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