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18억 돈세탁 경위 캐기

입력 2002-05-14 14:31:00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가 고교동기 김성환씨에게 건넨 18억원의 대부분이 돈 세탁 과정을 거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이 홍업씨의 돈 세탁 경위를 캐는 데 맞춰지고 있다.

뭔가 의혹이 있는 돈이 아니라면 그처럼 세탁을 통해 돈의 출처를 감춰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아태재단 회계사무를 총괄했던 김모 전 행정실장과 홍업씨 여비서 조모씨는 작년초부터 최근까지 1천만~3천만원씩 잘게 쪼개진 수표를 현금화하거나 현금을 타은행 발행 수표로 바꾸는 등 모두 16억원을 홍업씨 지시로 돈 세탁했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워낙 잘게 쪼개진 채 철저히 세탁돼 있어 계좌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홍업씨가 거액의 자금을 세탁한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하나는 18억원 중 상당액이 대선 잔여금일 가능성, 다른 하나는 이권개입 대가로 받았거나 기업체로부터 불법모금한 돈일 가능성이다.

대선 잔여금 여부는 여권내에서조차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97년 대선을 치르고 남은 자금을 홍업씨가 맡아 관리했다는 것으로, 18억원중 4억∼5억원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됐다.

이는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홍업씨가 현직 의원인 형 홍일씨나 미국에 있는 동생 홍걸씨에 비해 자금을 맡는데 적당한데다 홍업씨가 97년 당시 선거기획사인 '밝은세상'을 운영한 일도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홍업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로 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건넨 18억원 중에는 홍업씨의 대학동기인 유진걸씨와 P프로모션대표 이모씨 등 3, 4명이 입금한 수억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홍업씨의 실명 또는 차명계좌로 입금한 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이들을 상대로 자금성격을 집중 추궁중이지만, 이들은 "단순한 대차관계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홍업씨가 출처를 감추기 위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을 밝혀낸 이상 당장 관련자 자백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더라도 철저한 계좌추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홍업씨의 범법사실을 밝혀내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 계좌로 입금된 돈 중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서둘러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 부정한 돈의 실체는 계좌추적을 통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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