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노무현 서민 마케팅 경쟁

입력 2002-05-13 15:35:00

'몸을 낮춰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본격적인 대선후보로서의 경쟁체제에 들어서자 서민 이미지 경쟁부터 벌이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후보는 서민과 젊은층을 겨냥한 이미지 변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민생활에 직결된 부가가치세와 특소세를 면제하겠다"는 정책공약도 내걸었다. 민주당 노 후보의 '귀족 대 서민대결' 이라는 대선전략에 대비한 몸짓이다. 이 후보는 최근 안경테도 바꾸고 머리 염색까지 신경쓰고 있다.

이 후보 진영에서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염색"이라고 할 정도다. 한 측근은 "올해 초부터 연갈색으로 바꿔 보름에 한 번꼴로 머리 끝부분부터 조금씩 염색 분량을 늘려왔다"고 전했다.

넥타이도 젊은층이 선호하는 살구색, 노란색 등을 주로 맨다또 성장과 관련한 연설마다 "박봉의 검사 아들로 태어났다"는 말을 빼지 않고 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끼니도 걸렀다"며 가난한 시절을 강조했다.

지방행사 때는 고급 호텔을 피했으며 대학로를 찾아 젊은층과 접촉하는 기회를 늘리고 있다. 부인 한인옥씨도 12일 집들이에 찾아온 기자들에게 "평생을 서민적으로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12월 대선까지 이 후보가 지닌 귀족적 이미지를 모두 탈색시키겠다"며 "전국을 돌며 민생현장을 찾아 서민·중산층과 직접 만나 고민을 듣고 선거공략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노 후보는 이번 대선은 '서민'대 '귀족'의 싸움이라는 이미지를 분명하게 각인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11일 민주당의 제주지역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노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서민들과 악수하거나 앞치마를 두르고 사진찍기에 바쁜데 그런다고 귀하신 몸이 서민이 되느냐"고 비난하고 "나는 앞치마 두르지 않아도 그 자체가 서민"이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의 낮은 자세를 연출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김현미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서민냄새를 내겠다며 별 희한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삶은 쇼가 아니다"면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는 않는다"며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했다.

이미 후보 수락연설에서 '경호원 한 두명과 남대문시장과 자갈치시장 등에 모습을 나타내는 대통령, 거기서 시민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후보는 거듭 낮은 자세로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노 후보는 제주에서 "분배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며 경제활력만을 내세워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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