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최고위원 선출

입력 2002-05-11 15:03:00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의 최고위원 4위 당선과 김일윤 의원의 석패는 향후 대구·경북 정치권 위상에 먹구름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득표수 1위까지 예상했던 강 의원은 지난 2000년 5·30 전당대회 때와 같이 막판 견제로 또다시 중위권에 머물렀다.

▨강재섭 중위권 몰락 원인=차제에 대표최고위원은 물론 차차기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이고 TK 대표성 마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서청원 의원과 경합까지는 예상했다 해도 4위로 곤두박질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역시 "TK의 적전분열 탓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는 중위권 몰락원인이 반(反)민정계 기치를 든 서 의원이나 충청권 출신 강창희 의원의 선전에 있다기 보다 대구·경북 대의원의 냉담한 표심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의 경선결과는 최근 지역 정치권에 잇따라 터져나온 악재와도 무관치 않다. 문희갑 대구시장의 구속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지난 시장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 의원과의 불협화음 내지 앙금이 갈등을 키웠다. 또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의원 역시 투표결과가 발표된 뒤 못내 아쉬운 듯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깊은 애정의 뜻이 무엇인지 가슴깊이 새겨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최대 피해자는 지역 정치권=강 의원의 4위 추락으로 당내 TK 정치권의 위상이 쇠퇴한 것은 물론이고 'TK 분열'이라는 냉소적 시선까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판이다. TK 리더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책임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 의원의 한 측근은 "TK가 갈기갈기 찢기게 됐다. 이러니 (TK가)당에서조차 이리저리 치이는 게 아니냐"며 못마땅해 했다.

일부에서는 강 의원의 부상을 막기위한 모종의 견제가 있었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선 막바지 강 의원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 향후 지방선거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또다시 제기될 영남후보론의 싹을 아예 잘라내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 결과 강 의원에 대한 견제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일윤 의원마저 2표차로 석패함에 따라 경북 정치권의 영향력은 더욱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 5·30 전대에서 이상득 총장의 패배 이후 또다시 무관(無冠)으로 전락했다. 지역출신 한 대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경북의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김 의원을 밀어줬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책임을 지역 정치권 탓으로 돌렸다.

한편, 김 의원과 이 총장은 투표결과 발표 후 단상에서 서로 만나 악수를 나누며 위로했지만 두 사람 다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 의원은 결과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띄운 채 대답을 피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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