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운전자 이상훈씨 사랑 실은 '1호차 아저씨'

입력 2002-05-11 15:15:00

개인택시 운전자 이상훈(45·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씨는 '1호차 아저씨'로 불린다. 대구지역 개인택시 면허 1호도 아니고 영업수익도 '1호차'와는 거리가 멀기만한데도 이씨를 1호차 아저씨로 부르는 사람들은 어림잡아 수천명은 된다.

1호차란 외출조차 어려운 장애인들과 '나들이'란 단어도 모른 채 복지시설에서 붙박이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이 이씨에게 선물한 호칭.

지난 92년부터 이씨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모범운전자회 회원들과 함께 한달에 3, 4번씩은 택시 미터기 전원을 껐다. 밖에 나가고 싶어도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갈 수 없는 장애인들과 복지시설 수용어린이들이 자가용으로 변신한 이씨 택시의 '승객'이다.

봉사활동계획을 앞장서 세우고 나들이 때도 선두에 선 덕분에 처음 만나는 장애인들과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이씨를 '1호차 아저씨'라고 불렀다.

10년 넘게 미터기 꺼진 1호차 택시운전을 한 덕분에 결혼 이후 열다섯번의 이사끝에 5년전 마련한 22평짜리 근로자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다.

"차량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였어요. 제 택시를 타는 장애인들과 복지시설 원생 대다수가 택시를 난생 처음 타본다는 거였어요. 안락한 승용차를 타고 어딘가로 외출한 기억이 없다는 겁니다. 40, 50대 장애인들이 어린이처럼 즐거워하는걸 보니 '공짜 손님'이란 생각이 싹 가시더군요".

회원들과 단체봉사로 시작했지만 "차를 타고 싶다"는 복지시설 어린이들의 전화가 오면 거절을 못해 개인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씨. 한달에 1, 2번씩은 어린이 2명정도를 태우고 대구근교 나들이에 나서고 "병원에 가야한다"는 장애인들의 호출이 오면 또 미터기를 꺼야 한다.

"무엇을 바라고 봉사를 하지는 않지만 제 차에 탔던 사람들은 꼭 소식을 전해옵니다. 그 중에서도 복지시설 어린이들은 저에게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 카드를 구경시켜준 '산타클로스'였어요".

모범운전자회 소속이다보니 아침 출근길 교통정리와 함께 월드컵, 장애인의 날, 어린이날 행사 등에 따른 자원봉사도 많았다. 무쇠같던 이씨지만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 때문에 지난 5일 어린이날 행사때는 교통봉사현장에서 쓰러져 '과로'판정을 받고 결국 1주일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오는 25일엔 수성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 및 어린이들과 영천 은해사 나들이를 갑니다. 최근의 모녀 동반자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 일부 영세민들은 생활고 때문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1호차를 타고 '1등인생'을 다시 설계하길 빌어야죠". 이씨는 그때까지는 꼭 일어나겠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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