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理중심에 청와대 있단 말인가

입력 2002-05-08 00:00:00

미래도시환경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녹음테이프 내용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분노케 한다. 대통령의 아들, 청와대 비서관, 경찰과 국정원 간부가 최규선이라는 브로커와 얽히고 설켜 돌아가는 모습이 조직폭력배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행태 그대로다.

도대체 무엇이 어찌됐길래 "최규선이 검찰에 출두하면 나라가 뒤집힌다"는 내용까지 버젓이 나오고 있단 말인가. 물론 우리는 이 테이프가 검찰 수사를 앞둔 최씨가 홍걸씨를 옭아매는 수단으로 남겨둔 것인만큼 아전인수격의 과장과 다소간의 픽션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그러나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고 정밀한만큼 청와대측 주장처럼 '허무맹랑한 소리'로 일축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최규선씨가 알 왈지드 사우디왕자와 가수 마이클 잭슨의 방한을 성사시켰고 마이클 잭슨과 김 대통령 부부, 홍걸씨 부부와 최씨가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의 능력을 보인것만 보더라도 그의 주장을 쫓기는 자의 과대망상쯤으로 안이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만큼 검찰이 나서서 △청와대측의 최규선씨에 대한 밀항 권유와 청와대 비서관의 회유에 대한 전말 △현 정권 초기 정권인수위와 외자유치 과정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최규선씨가 받은 총애△김 대통령의 대우·현대와의 정경유착 등 테이프에 담긴 '경악할만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이만영 비서관과 경찰청 최성규 전 총경, 국정원 직원 등이 최씨를 해외 도피시키기 위해 대책회의를 여러번 가졌다는 테이프 내용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성규 전 총경이 "최규선이 검찰에 출두하면 대통령이 하야해야 된다"고 했다는데 비리가 얼마나 많기에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청와대, 국정원 직원 등이 함께 밀항논의를 했다면 그 또한 중대범죄에 해당된다. 또 홍걸씨에게 3억원을 주었다는 내용이나 김 대통령과 대우·현대그룹과의 긴밀한 관계등도 예사로운것이 아니다. 엄정한 검찰 조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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