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협의 거부 배경-"軍部등 강경파 제동"

입력 2002-05-07 15:31:00

북측이 회담 개최를 하루 앞두고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서울 개최를 거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일단 경추위 북측 대표단이 회의 거부 성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최성홍 외교통상장관의 방미 발언에 대한 불만을 일차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23일 최 장관이 "때로는 강공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었다.

현재 미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체제에 대한 험담을 더이상 하지 말 것을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일 수도 있다.

특히 특사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민족공조'와 '외세공조'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후문이고 보면북측이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북측은 이미 지난달 2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최 장관의 발언에 대한 남측의 사죄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한 이후 언론매체를 통해 최 장관을 계속해서 비난했고 금강산에서 열린 제4차 이산상봉 때도 북측 안내원은 틈 날 때 마다 이문제를 거론했다.그러나 장관의 발언만을 회담 거부 이유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특히 외교부는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해명자료를 내고 "최 장관이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서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큰 채찍을 들고 있더라도 부드럽게 말하라'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야기를 인용했다"며 "이중'부드럽게 말하라'는 부분이 생략된 채 나머지 부분만 부각됐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북측이 내부적으로 준비 부족 등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내부적으로 남북경협과 대외개방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부서에서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이 이번 경추위의 주요 의제이고 이들 문제는 '군사보장합의서'와 밀접히 관련된다는 점에서 북한내 대남부서와 군부간의 의견조율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금강산 댐의 안전성 여부가 크게 부각된 점도 북측이 이번 회담을 피하는 이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특히 이 댐을 건설한 북한 군부로서는 시공상의 결함이 드러나는데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좀 더 지켜봐야 북측의 회담 거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유가 어디에 있든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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