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우먼-에디터 플래너 김정미씨

입력 2002-05-06 14:04:00

김정미(31.멀티 애드 메이저)씨는 몇 안 되는 대구의 여성 에디터 플래너(Edit Planner) 중 한 사람이다. 기업체나 기관의 의뢰를 받아 사보나 기관지 등 각종 인쇄물의 기획에서부터 제작, 출판, 납품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일을 한다.

김씨는 스스로 편집장이 돼 잡지를 기획하고 기자가 돼 기사를 쓰고, 디자이너가 돼 인쇄물의 모양새를 결정한다. 외부 청탁을 줘야 할 기사와 사진을 결정하고 원고료까지 직접 집행한다. 외부 기고자를 발굴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인쇄물 제작을 처음 접한 김씨는 백화점 사보와 경북 체신청 사외보를 시작으로 대구축협 사보, 산학리뷰 등을 맡고 있다.

IMF 이후 사보 의뢰가 없어 광고회사에 다니기도 했지만 광고회사의 단편적인 인쇄물 제작과 잡지를 만드는 일이 여러모로 달라 벽에 부딪치곤 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대구에 여성 에디터가 사라진 것은 경제난으로 사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김정미씨가 만든 잡지는 세련되고 속이 꽉 차 있다. 혼자 기획을 해냈으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단단한 살이 잡히는 잡지였다. 꽤 좋아 보였던 한 주간지의 기사가 사실은 그녀가 먼저 만든 잡지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짐작될 정도였다. 그런 솜씨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읽고 스크랩하고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덕분이다.

"사보든 기관지든 잡지 만드는 일이 돈벌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잡지는 사람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결국은 파김치로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김정미씨는 잡지 만들기가 매력적인 이유를 몸뚱이와 머리를 전부 활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상식과 교양은 물론이고 시간과 노력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재능 중 한 두 가지 특성만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잡지를 만드는 일에 있어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일상에 익숙해진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면 곧 죽음이죠".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지 못하는 인쇄물은 파지와 다를 바 없다고 김씨는 덧붙인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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