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17)영천 운산마을

입력 2002-05-06 14:16:00

영천에서 청송쪽 35번 국도를 타고 화남면 소재지와 오산교를 지나면 도로 오른쪽으로 빠지는 포장길이 나온다. 포장길을 따라 가다 보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들판 가득 펼쳐진 과수원, 그 사이로 집들이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엎드린 곳이 바로 백로와 왜가리 서식처로 알려진 영천 화북면 오산2리 운산마을이다.

경주 이씨 문중의 집성촌으로 30여 가구가 사이좋게 모여 사는 이 마을에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드는 백로와 왜가리들이 마을에 복을 갖다주는 행운의 진객으로 주민들의 대접을 받으며 호사를 누리고 있다. 마을을 포근하게 에워싼 산과 울창한 숲,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 등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 생태계는 백로와 왜가리가 서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백로와 왜가리는 운산마을에 매년 음력 정월 보름 이후부터 찾아들기 시작, 양력 7, 8월 중순까지 머물다가 떠나는 여름 철새.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고 머무는 동안 2, 3차례 부화해 새끼를 친다. 여름철에는 수백마리의 백로, 왜가리떼가 마을전체의 푸른숲들을 흰색으로 물들이며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운산마을 이원준(62) 이장은 "마을에 왜가리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은 약 400년 전쯤이며 백로는 100년 전부터 찾아들기 시작했다"며 "왜가리는 꾸준히 찾아 왔으나 백로는 한동안 찾지 않더니 15년전부터 다시 마을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새들이 영리하고 가족애가 강해 때로는 사람들을 놀라게까지 한다"면서 "새들이 꽥꽥 거리며 한동안 북적대는 여름철이면 마을에 생기가 돌지만 새들이 떠나버린 겨울엔 마을에 적막감이 감돈다"고 했다.

여름철에 새떼들이 물고기와 곤충, 심지어 뱀까지 먹이로 잡아먹어 숲 전체가 비린내로 진동하고 새 배설물이 풀과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등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의 새에 대한 애정은 오랜 세월 변치않는 분위기였다. 봄이 오기전 이곳 운산마을의 백로, 왜가리 서식처의 말라죽은 나무와 숲은 주변의 푸른 숲과 대조를 이뤘으며 피해면적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

영천 화북면 사무소 직원들은 "왜가리와 백로떼가 처음에는 마을 한복판 숲에서 살았으나 숲이 점차 사라지면서 산으로 옮겨 갔고 새똥이 강한 독성을 띠어 숲과 나무가 말라죽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서식지 보존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천시는 운산마을의 백로와 왜가리 서식처 1천500평을 지난 98년부터 2008년까지 조수 보호구역으로 설정, 새들의 서식환경 조성과 자연 생태계 보존에 나섰다. 시는 숲의 나무와 풀이 말라 죽으면서 토사가 산아래 주택으로 흘러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낙석방지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했다.

또 이 지역을 순환 수렵 대상지에서 제외시키고 수목 병해충 방제 및 벌채금지, 새들의 배설물에 의한 서식지 숲의 고사와 산림 황폐화를 막는데 주력키로 했다. 오산마을은 최근 마을안 도로 포장이 말끔히 끝나 영천~청송간 국도에서 마을로 찾아가는 교통편이 이전보다 월등히 나아졌다.

출향인사인 이재동 경북도 관광진흥과장은 "오산마을은 깨끗하고 맑은 숲과 하천, 아름다운 철새들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마을"이라며 고향마을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오랜 세월 지켜지기를 바랐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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