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축구는 과학이다-(7)바나나킥

입력 2002-05-04 15:18:00

축구 경기의 매력은 골이다. 골 중에서도 페널티에어리어를 다소 벗어난 외곽에서의 프리킥이 강한 속도와 더불어 마술처럼 휘면서 수비선수들의 스크럼을 피해 골 네트를 흔들 때 관중들은 열광하게 된다.

발로 차는 슈팅에서도 축구공이 야구의 커브볼처럼 되는데, 볼의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휘는 정도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축구에서 커브볼은 '바나나킥(플루크골:Fluke Goal)'으로 불린다.

축구공은 높은 초속도를 바탕으로 9~10m의 일정한 거리를 지나가면서 공의 방향이 변화한다. 따라서 바나나킥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강한 다리 근육과 파워를 바탕으로 초속도를 높여야 하며, 발목을 중심으로 한 유연성을 살려 볼의 회전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때 수비수가 9.15m의 거리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은 그 이내에서는 공의 회전속도보다 진행속도가 높아서 위험하기 때문에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축구공이 초당 8~10회 회전한다고 가정할 때 37m의 거리에서의 슈팅은 직선거리보다 4m 이상 비켜나면서 골문을 향하게 된다. 이러한 바나나킥은 슈팅을 도와 주는 센터링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센터링의 경우 발의 등과 안쪽 면을 이용해서 공을 감싸듯이 차게 되는데, 이 때 공의 방향이 휘게 되면서 골키퍼가 공의 착지 지점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축구공의 커브볼에는 공의 한쪽 모서리를 차는 바나나킥과는 달리 공의 정중앙을 차는 드롭슛도 있다. 드롭슛은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너클볼처럼 회전이 없도록 하여 골대를 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대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면서 골문 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야구 투수들이 손으로 만드는 다양한 커브볼만큼 정교하지는 않지만 마술적인 슈팅은 발을 손처럼 쓰는 축구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유체역학'에 의한 스포츠과학의 산물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도 요즘 비밀훈련으로 프리킥과 코커킥 등 세트플레이를 가다듬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선수들 중에서 잉글랜드의 베컴, 포르투갈의 피구, 브라질의 카를로스에 버금가는 '프리킥의 마술사'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리킥에 의한 득점은 전체 득점의 32.2%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kjk744@kmu.ac.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