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권노갑씨 구속...향후 전망

입력 2002-05-04 14:17:00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진승현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됨으로써 권 전 고문의 경선자금 수사 및 진승현·최규선 게이트 등의 검찰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핵심 실세'의 대명사로 통하던 거물급 정치인인 권씨의 구속은 현재 진행중인 각종 게이트 수사에서 어떤 성역도 두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게이트'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정·관계 로비에 대한 검찰수사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정치권과 권력핵심을 향해 칼끝을 정면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권씨 구속 이후 대통령 아들인 홍업·홍걸씨에 대한 검찰의 소환 및 사법처리 수순도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검찰은 수사의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진씨의 로비 전모를 캐기 위해 다른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여부 등에 대해 폭넓은 보강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 발부로 일단 권씨의 신병이 안정적으로 확보됨에 따라 추가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지은 뒤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을 하나씩 확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권씨의 정치자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권씨 스스로가 '정거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여권 정치자금의 보관창구 역할을 해온 점에 주목, 불법 정치자금 운용 여부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씨는 재작년 민주당의 8.30 최고위원 경선 당시 김근태·정동영 의원에게 각각2천만원을 지원한 사실을 시인한 바 있고, 김 의원은 영수증 처리 등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고해성사'한 상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권씨의 자금출처 및 다른 정치인에 대한 자금공여 여부 등도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동료 의원에게 자금을 편법지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올 수도 있다.

권 전 고문의 '최규선 게이트' 연루 여부도 중요한 수사 포인트다. 권씨는 해외인맥이 두텁다는 점 등을 들어 최씨를 특보로 중용한데다 아들의 취업 과정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았고, 최씨는 권씨의 특보라는 사실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최근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2년전에 최씨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하자 권노갑씨와 홍걸씨가 '노발대발'했다'고 주장한 것은 권씨가 '최 게이트'에 연루됐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의 최고위급 책임자였던 김 전 차장이 권씨를 방문, 최규선씨 등에 대해 수시로 개인적 차원의 정보보고를 한 사실도 국정원법 및 국정원직원법 위반 사건으로 가지를 칠 전망이다.

검찰은 권씨 구속을 계기로 수사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진승현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또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내사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진씨의 4·13 총선자금 살포설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최종 확인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정치권에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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