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씨 팽팽한 신경전

입력 2002-05-02 15:16:00

진승현씨 돈 1억원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검찰수사는 권씨와 팽팽한 신경전속에 1일 자정을 넘겨가며 고강도로 진행됐다.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2000년 3월과 7월에 최택곤씨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으로부터 진씨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추궁했지만 권씨는 "진씨 돈을 받지 않았다"며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씨는 97년 한보비리 청문회 당시 빛을 발했던 언변으로 검사의 신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수시로 변호인접견이나 입회를 요구, 수사팀에 애를 먹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밤 9시40분께 권씨가 변호인 접견을 요구한 탓인지 조승형.이석형.노관규변호사가 황급히 11층 조사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면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권씨 옆방에서 조사를 받았던 진씨가 굳은 표정으로 수사관에 이끌려 10층 부부장 검사실과 11층 조사실을 오르내리는 장면도 목격돼 긴박감을 엿볼 수 있었다.

권씨 변호인들은 이날 밤 11시께 권씨를 김 전 차장 등과 대질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수사팀은 "수사기법상 아직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자체 판단에 따라 자정을 지나 권씨와 김 전 차장간 대질신문을 벌였지만 권씨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한 데다 두사람의 진술이 크게 엇갈려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김 전 차장을 비롯, 진씨와 최씨가 모두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권씨가 부인한다고 해도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검찰청사 주변에는 이훈평 의원과 민주당 당료 등 권씨 측근 3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수사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측근은 "영감(권씨)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 검찰이 잘못 짚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일말의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또다른 측근은 "돈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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