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리면 오카야마시에 닿는다. 인구 63만명인 중소 도시에 불과하지만 심포니홀, 현립미술관, 오리엔트미술관 등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오카야마시가 자랑하는 심포니홀은 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는 지역 현실을 감안, 도심 재개발 사업 일환으로 지난 91년 설립되었다. 오카야마시, 오카야마현, 지역 경제계가 90억엔을 투입, 3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상 12층, 지하 2층, 건축연면적 4천239㎡ 규모로 완공했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공연장을 비롯, 피아노 발표회 등이 열리는 200석 규모의 이벤트홀, 스튜디오 등이 자리잡고 있다.특히 대공연장은 잔향이 2초 동안 울리는 뛰어난 음향효과와 설비로 일본 최고의 연주 장소로 꼽히면서 클래식 뿐만 아니라 팝, 가요 등 다양한 콘서트가 연중 열리고 있다.
건축가 오카다 신이치가 설계한 오카야마 현립미술관은 오카야마 출신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수묵화의 거장 셋슈,미국을 중심으로 활약한 구니요시 야스오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카야마 오리엔트미술관에는 인류 최고의 문명을 꽃피운 오리엔트의 토기 및 유리제품, 조각품 등 중.고대 오리엔트 출토품 수천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약 300년전 14년여에 걸쳐 13만평에 조성된 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인 고라쿠엔도 정원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문화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카야마시는 지난 94년부터 음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심포니홀 개관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오카야마 음악제는 행사 초기, 국가 음악진흥법에 의해 1억엔의 보조금을 받아 1달 일정으로 시내 전역에서 개최됐다. 일본 최고의 오케스트라로분류되는 NHK 교향악단 등이 참여해 수준 높은 음악제로 일본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4년간 한시적으로 지원되던 보조금이 중단 되면서 음악제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오카야마시는 98년부터 4천만엔의 예산을 들여 9월 말5일간 일정으로 심포니홀, 현립미술관, 오리엔트미술관 등 오카야마시가 자랑하는 문화 시설을 활용, 음악제를 열고 있다.
현립미술관, 오리엔트미술관 등에서의 음악제는 음악과 미술 만남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카야마시는 음악제 규모가 축소 된 후부터 시민들이 함께하는 참가형 음악제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음악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
심포니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8회 오카야마 음악제는 오사카시립교향악단 등 일본내 유명 연주단체와 함께 오카야마 시민들이 구성한 실내악단 등이 대거 참가하는 시민 음악축제로 진행됐다. 음악제에 앞서 9월22일부터 24일까지는 오카야마 음악제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기울인 하모니카 명연주자 고 아스다 마사히꼬를 추모하는 시민참여 음악제가 열리기도 했다.
또 음악제에 필요한 모든 기획은 피아니스트, 신문기자, 시민대표, 경제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전담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 40여명이 음악제 참가 시민 연주자 모집 등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오카야마 음악제는 정부 보조금이 중단 된 뒤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규모를 축소하고 세계 일류급 연주자들을 초청하지 않는 대신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시민 음악제로 변모를 시도, 지난해 음악제에 연인원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하는 등 성공적인 지역 음악제로 거듭 태어났다.
나까무라 히로시(60) 심포니홀 책임자는 "일반 시민들은 클래식보다 대중 가요를 더 좋아합니다. 클래식에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음악제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성공적인 음악제를 개최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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