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특보 미발언 파문

입력 2002-05-01 14:58:00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이 미국의 부시행정부에 대해 "한국의 대선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노 후보의 국제담당특보인 이충렬씨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 백악관과 국무부의 한국담당 관리 등 미측 인사들을 만나 A4용지 27쪽짜리 '노무현파일'을 전달하면서 "노 후보가 공화당 입맛에는 안맞겠지만 한국대선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라. 한국경선에서 손떼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파문이 일자 노 후보측은 유종필 공보특보를 통해 "노 후보의 뜻과 전혀 다르고 이씨가 방미 후 보고한 내용과도 다르다"면서 "노 후보는 미국이 우리 대선에 끼어든다는 생각조차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 후보측은 또 공식적인 대외문건을 통해 한미동맹관계의 중시와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 남북대화의 전략적 중요성 및 남북대결에서의 남한의 우위 등을 강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관계에 대한 노 후보의 생각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그의 미국에 대한 인식은 기존의 국가지도자와는 다소 다르다.

그의 홈페이지의 '정책방향'에서는 그는 "한미관계는 우리 외교의 기본이며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한미관계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와 상호협력적 동맹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미관계도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또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과 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사대주의적으로 흐르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정서를 의식한 표현이지만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적잖은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특보를 통해서 이같은 자신의 입장을 미국측에 표현한다는 것이 거칠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노 후보는 이 특보가 미국에 다녀온 일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오해나 부작용을 검토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미국의 시각보다는 (미국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국내의 시각이 부담스럽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자신의 방미여부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미국에 다녀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볼일이 있으면 바빠도 가겠지만, 국내 정치용으로 사진 찍으러 가지는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외교에 있어서 현실주의로 갈 것"이라며 "한미관계도 그렇지만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차츰 한국의 주도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던 주한미군 주둔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용산기지는 약속대로 이전하고 '한미행정협정(SOFA)'을 일본과 독일 수준으로 개정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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