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성적 왜 떨어졌나?

입력 2002-05-01 12:11:00

지난달 18일 치러진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고3생들의 최악의 학력 수준과 재수생 강세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게 시험을 주관한 대성학원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지역이 특히 심하다는 것. 반면 90년대 후반까지 학력 저하에 시달리던 부산의 경우 계열별 평균 점수가 이번 모의고사에 응시한 시.도 가운데 최상위권이라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 고3생들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 떨어졌고 원인은 무엇인지 고3 담당 교사들과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분석을 들어봤다.

▲어느 정도인가=이번 모의고사에서 재수생이 얼마만큼 강세인지는 점수대별 누가분포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응시생 숫자는 고3생이 재수생보다 4배 가까이 되지만 상위권 숫자는 재수생이 훨씬 많다. 계열에 관계 없이 310점 안팎에 가서야 고3생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30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을 살펴보면 인문계의 경우 재수생은 응시자의 32.4%나 됐지만 고3생은 고작 12.5%였고 자연계는 재수생이 69%인데 비해 고3생은 18.4%에 불과했다.

고3생들의 학력이 예년에 비해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비교가 쉽지 않지만 작년 5월 모의고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작년 모의고사에서도 최상위권에서는 재수생 숫자가 많았지만 고3생이 많아지는 지점은 상위 6~10%대에 있다. 올해는 이보다 꼭 두배의 비율이 돼야 고3생 숫자가 많아진다.

문제는 여름방학 이후 중.상위권 대학 1학년생들이 대거 재수행렬에 뛰어들면 이같은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 올해 입시에서는 사상 유례가 없었다는 작년보다 재수생 강세가 더 심해져 고3생들이 재수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무엇 때문인가=고3 담당 교사들은 "작년 수험생들이 공부 안 해도 대학 간다는 2002학년도 입시정책을 듣고 고1때부터 공부를 멀리했다면 올해 3학년생들은 중3때부터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실붕괴를 더 일찍부터 겪고 사교육 시장에 더 일찍 내몰린 것도 원인으로 제시됐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으로 학교 진도를 먼저 나가는 것은 물론 학원에서 찍어주는 문제만 푸는데 익숙해져 공부하는 습관조차 제대로 들지 않았다는 것.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몇년 동안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돼 저학년때부터 깊이 있게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학년 겨울방학이나 3학년 들어 뒤늦게 공부에 매달려도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탓도 크다"고 했다.

대구 학생들의 성적이 특히 나빠졌다는 결과에 대해 고3 담당 교사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허탈해했다. 한 고교 교장은 "작년부터 부산이 학력 신장에 열을 올린 반면 대구는 교육부 지침만 쫓았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고 했다.

실례로 부산을 비롯한 상당수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금지한 사설기관 모의고사를 고교들이 거의 매달 치르는데도 모른척 했으나 대구시 교육청은 매번 사전 단속을 하고 적발이 되면 문책까지했다는 것.

한 고3 담당 교사는 "최근에는 교육청이 학교마다 작년에 치른 모의고사 대금 영수증이며 부교재 구입 관련 서류 따위를 찾아내라고 해서 학교가 벌집 쑤셔놓은 꼴"이라면서 "이럴 바엔 규정대로 모의고사도 치르지 말고 부교재도 쓰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시교육청의 민감한 자세는 일부 고교 간부진들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전교조 관계자는 "불법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비용을 공식 회계로 처리하지 않거나 부교재 채택, 자율학습 시행과 비용 징수 등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불만이높은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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