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해 같으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벚꽃이 유난히 일찍 지고 있는 4월초 일본 금융계는 어려운 일본 경제사정 만큼이나 스산한 분위기였다.
현재의 일본 금융환경은 집권 1년을 맞이하는 고이즈미 정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금년도 도시(시중)은행이 약 6조엔의 비용투입 계획을 세워 놓고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불량채권 문제, 경기부양을 위한 계속적인 제로금리 정책, pay off해금(예금부분보장제)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출시장의 축소와 초 저금리에 따른 자금 운용난 등 어려운 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의 틀 속에서 건전한 금융기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 특히 은행권의 재편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합병과 통폐합을 거듭해온 도시은행은 크게 5대 은행 그룹군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은행권의 재편만으로 불량채권 처리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량은행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일찍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함께해온 지방은행 64행(제2지방은행 56행 별도 있음)은 지역내 단단한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오히려 여·수신이 증가하는 등 독자 영역을 착실히 구축해 가고 있다.
금년 3월말 현재 일본 민간 금융기관 중 지방은행이 여·수신 부문에서 점유율을 여신 29.7%(도시은행 34.9%,나머지는 기타 금융기관),수신 29.3%(도시은행 30.4%)를 시현하여 도시은행과 대등한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시즈오카(靜岡)은행은 지역밀착형 경영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지방은행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시즈오카현 지역은 야마하 피아노,혼다 오토바이 등 세계적 기업의 창업지역으로서 인구와 GDP규모가 일본내 10위권 지역으로서 일본내 악기의 80%와 녹차 58.8%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에 본점을 둔 시즈오카 은행은 '지역과 함께 꿈과 풍요로움을 펼친다'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철저한 지역밀착형 경영을 통해 지역내 수신 점유율 34%, BIS자기자본비율 12.58%, ROA 1%, 무디스 신용등급 Aa3(일본 은행중 최고), S&P신용등급 A+ 등 우량 선진은행 수준의 경영지표를 달성하고 있고, 해외지점 3개를 비롯한 국내외 188개의 점포망과 컨설팅 회사 등 13개의 子회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였다.
이 은행은 특히 지역밀착경영을 위해 지역 산업의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실시와 함께 환경보전 활동의 지원과 적극적 참여, 문화·예술·스포츠 진흥을 위한 이벤트 행사 등 지역공헌 사업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하여 지역과 함께하는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역은행의 발전이 지역의 발전이라는 지역민의 공감대를 넓히는데 성공하여 오늘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지역과 지역은행이 공생하는 대표적 사례로서 지역 경제와 금융의 활성화를 주창하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취약한 지역 경제 여건을 남의 탓만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화를 고민하고 적극 참여하는 자세야말로 참다운 지역 사랑의 길이 아닐까.
"태어나 처음으로 신혼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기꺼이 융자를 해 준 은행을 잊지 못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타지에서도 아직 그 은행 통장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어느 일본인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아련히 남아 있는 이유도 그 일본인의 말이 동 시대를 살아가는 지역인으로서 남의 말만으로 흘려 들을 수 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건식(대구은행 전략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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