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석귀화의 홀로서기

입력 2002-04-29 14:18:00

어떤 부모가 자식이 여행 간다는데 아무런 걱정없이 잘 다녀오라고 할 부모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외국 여행을 간다면 너나 없이 걱정부터 앞설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해외 연수 중이던 두 여학생이 죽어 온 나라 안이 여학생 해외 여행의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유난히 납치 사건이 많았다. 소위 인신매매범이라는 것이다. 어떤 여대생은 잡혀서 모모 술집에 팔아 넘겨졌다는 얘기, 어린 아이들은 잡아다 다리 병신을 만들어서 앵벌이를 시킨다는 얘기, 심지어 할머니까지 납치하여 외딴 섬에서 마늘까기를 시킨다는 소문 등이 무성했다.

이 덕분(?)에 나는 우리 아이가 외출할 때면 꼭꼭 당부를 했었다. 모르는 아저씨가 가자고 하면 따라 가지 말아라, 차를 태워준대도 타면 다시는 엄마 못 본다 등등. 딸네집에 와 계시는 어머니도 나보다 한 수 더 떠서 외손자가 유치원 파할 시간이 되면 정류장까지 꼭 마중을 나갔고 아이가 아파트 밖을 나갈까봐 엄격히 엄격히 감시망을 게을리 하시지 않았다.

초등학교까지 아파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아파트 구역 밖으로 나갈 일이란 없었다. 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나는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겉보기는 덩치가 커서 참으로 멀쩡하고 눈빛도 사나워 굉장히 용감해 보인다.

그러나 여행은 커녕 형하고 같이 가지 않으면 제 외가도 가지 못했고 밤에 바람이 불어 문만 덜컹거려도 엄마! 하고 뛰쳐나왔으며 제 볼일조차 엄마를 시키면서 필요한 외출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딸이 어린 시절에 간을 좀 키워줄 걸하고 후회막급 이었다. 다 큰 어른 중에서 혼자 여행도 못하는 사람들이란 다 이렇게 키워진 사람들이 아닌지…아이나 어른이나 무엇에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홀로 여행을 하고 싶어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너무 말리면 자신감을 상실하고 만다. 정신적인 홀로서기에 차질이 생긴다.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할 때는 집밖으로 내보내고 여행을 원하는 아이에게는 여행을 보내 줄 일이다. 해외 여행도 포함해서 말이다.

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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