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해직교사 1천139명과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이 민주화 운동 기여자로 인정된 것은 성급한 평가라는 인상을 씻기 어렵다. 적지 않은 파문도 예상케 한다. 전교조 결성 13년, 합법화 3년, 민주화 인정 논란 1년만에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27일 내린 결정이지만 과연 그렇게 서두를 사안이었는지 의문스럽고, 우려되는 바 적지 않다.
전교조 교사들이 강제 퇴직을 무릅쓰고 정부에 맞서 '참교육'을 주장하면서 교육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점 등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위원 9명 중 3명이 반대하고 1명은 기권했지만, 전교조를 노동운동 이상으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을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교육 현장을 뛰쳐나와 거리로 나서면서 당시 금지된 노동 3권 쟁취 운동을 벌인 것이 과연 법질서에 위배되지 않는지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동의대 사태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 방화 등으로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쳐 주동자들이 방화치사상 혐의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번 결정에는 학생들이 통상의 시위방식에 따라 화염병을 사용했다고 하나, 뜻만 좋으면 살상무기를 써도 용인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과격·폭력 시위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면, 그런 경우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공무원 노조 문제 등 발등의 불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된다.
더욱 우려되는 문제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가치 판단에 앞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과격 시위 때마다 희생된 경찰관들을 민주화의 반대쪽에 선 집단으로 규정해 버리는 위험의 소지가 없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킬 소지도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법기관이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벌써 법치주의를 훼손한 결정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지 않은가.
이 같은 평가는 정권과의 이해 관계가 따를 수 있고, 평가를 맡은 인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다. 이 같이 예민한 사안을 두고 불과 9명의 심의위원들이 서둘러 결판낼 이유는 무엇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선거를 앞둔 임기 막바지라지만 선심정책이 남발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 이 문제는 국회를 통해 신중하게 평가하는 등 여유를 가지고 재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