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젠다-(9)월드컵 열기 극복해낼까

입력 2002-04-29 00:00:00

올 6·13 지방선거는 인류 최대의 축전인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있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5월28일부터 6월12일까지 16일간이고 월드컵은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31일간이다. 선거운동 전 기간이 14일까지 치러지는 월드컵 예선전 일정과 거의 겹치는 것이다.

특히 개막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예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릴 게 틀림없다. 예년 같으면 선거 한 두 달 전 가는 곳마다 후보자들의 당락을 비롯한 선거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만 이번 만큼은 자칫 국민들의 눈과 귀가 한국과 일본의 20개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첫 16강 진출이라는 숙원 달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어느 대회보다 클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선거는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때문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혐오감과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50%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게다가 이번 선거 역시 특정 정당의 절대 우위가 지속될 경우 투표율을 끌어내리는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겠지만 직접 경기가 치러지지 않는 경북보다는 대구가 더 심할 것이다.

한국전은 6월 4일과 10일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인 14일 치러진다. 대구에서는 10일 한국과 미국이 격돌한다. 한미전이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대구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말과 휴일에 집중 배치되는 합동연설회는 월드컵이 국민들을 경기장과 TV 수상기 앞으로 향하도록 할 것이 뻔해 선거운동원들만 판을 치는 형태가 될 공산이 높다. 이에 따라 유력 후보의 연설이 마치면 청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연설회 분위기를 망치는 추한 행위들이 자주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선관위 조경기씨는 "투표율이 50% 전후 또는 그 이하가 될 공산이 크다"며 그 근거로 95년 제 1회 전국 동시선거 때 투표율이 대구에서 64%를 기록했으나 98년 47%로 급감한 사실을 들었다. 대구만 해도 후보자가 700명을 넘어서고 선거운동원들도 수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굳이 선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선거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관위는 월드컵 성공적 개최라는 국가적 과제와는 별도로 선거분위기 조성과 선거 참여율 제고를 위해 다른 어느 선거보다 홍보활동을 강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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