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데다 엉뚱한 제목말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한국영화 두 편 '결혼은 미친짓이다'와 '울랄라 시스터즈'가 26일 주말 극장가를 찾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사실 결혼식만큼 진부한 행사도 없다. 결혼식장을 한번 떠올려보라. 실제보다 과장되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연(然)하고 있는 신부나, 쑥스러워하는 신랑, 혼주에게 오가는 판에 박인 덕담. 으레 지루한 주례에 하객들이 몸을 비틀 때 이런 생각을 하는 신랑.신부 한 두명은 있지 않을까. "우리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그렇게 시작한다. 말쑥한 외모의 대학강사 준영(감우성 분)은 친구의 결혼식장을 나서 조명디자이너 연희(엄정화 분)와 소개팅을 한다. 둘은 곧 "택시비보다 여관비가 싸겠다"는 야한 합의하에 여관으로 직행한다. 준영은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보고 있지만,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연애지상주의자. 연희 역시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당돌한 내숭녀다.
연희는 준영과 결혼에 대한 조언과 섹스를 나누지만, 결국 사회적인 조건을 갖춘 의사와 결혼한다. "바람을 피워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연희는 준영과 옥탑방에서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꾸려간다.
둘은 저녁 식탁의 찬거리를 사며, 햇빛이 화사한 날 거품을 잔뜩 낸 빨래로 장난을 치며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우리 결혼했어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그러나 행복한 가짜 신혼생활도 잠시, 금지된 선택을 한 둘은 곧 삐걱대기 시작한다.
'결혼은…'은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93년)'으로 감독 데뷔한 시인 유하의 두번째 작품. 기대않고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 아기자기한 화면에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경쾌한 그런 영화다.
◇울랄라 시스터즈
'울랄라…'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나이트클럽의 인수 위협에 맞서 여사장과 여종업들이 기상천외한 4인조 댄스그룹을 결성해 클럽 살리기에 나선다는 내용의 코믹영화.
3대째 가업을 이어온 라라클럽 여사장 조은자(이미숙 분). 비싼 안주를 시키는 손님도 없고, 파리만 날리게 되자 맞은 편 네모클럽 사장 김거만(김보성 분)이 클럽을 인수, 백화점으로 만들려는 공작을 편다.
은자는 전직 기도출신의 터프걸 미옥(김원희 분), 지독한 음치에다 립싱크의 달인인 혜영(김민 분), 맹하게 뒷북만 치는 막내 경애(김현수 분) 등 여종업원들과 '울랄라 시스터즈'를 결성, 클럽의 기사회생을 위한 눈물겨운 '쌩쇼'를 펼친다.
언뜻 한국판 '코요테 어글리'를 연상시키는 이 촌티 밴드의 무대는 회를 거듭할수록 과감해지는데. 과연 울랄라 걸들은 클럽을 사수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 선수를 치듯 '울랄라…'는 오버의 퍼레이드다. 야하게 차려입고 나온 여자만 보면 코피를 쏟는 파마머리 김보성이나, "이래도 안 웃을 거야"라고 윽박지르는 식의 슬랩스틱이 거북스럽다. 영화를 본 관객은 이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오버를 하고도 요렇게밖에 웃기지 못하다니"라고.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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