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니오시카 겐지 교수

입력 2002-04-27 15:14:00

"윤동주님의 시는 어둠의 장막을 걷는 한 줄기 빛과 같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짧은 생애를 마감한 시인의 문학적 여운을 널리 알리는데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일본에서의 윤동주 열기'란 주제로 강연을 한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57.사진) 후쿠오카(福岡) 현립대 교수는 한국인보다 윤동주를 더 사랑하는 일본인이다.

후쿠오카에서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을 만들어 7년 동안이나 매월 시회를 열었고, 해마다 2월이면 윤동주가 옥사한 곳에서 위령제를 올려온 사람이다. "그냥 시만 낭독하는 모임이 아닙니다. 작품 하나로 2시간 이상의 토론이 계속될 정도지요. 시 원문을 음미하기 위해 한글 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니시오카 교수의 이같은 열성으로 후쿠오카의 윤동주 시읽기 모임의 회원은 현재 100여명으로 불어났고, 그 열기가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 도쿄와 교토에서도 모임이 생겼다. 도쿄에서는 '윤동주의 고향을 찾는 모임'이 생겨나 중국 연변 등지로 시인의 흔적을 찾아다닐 정도라고 한다.

한국문학을 연구하던 그가 윤동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3년. 계간 '마당' 봄호에 기고한 일본인 학자 우치고(宇治鄕)의 글 '저항시인 윤동주'을 읽고서다. 1980년대에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10년 동안 세종대 일어일문과 교수로 있던 그는 1994년 일본에 건너가면서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을 발족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14일 윤동주가 짧은 생애를 마쳤던 후쿠오카 형무소 뒤뜰에서 윤동주 사망 50주기 위령제를 열었다. 니시오카 교수는 당시 일본의 현지 방송에 소개된 행사 장면을 비디오로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우매한 역사의 희생양이 된 일본땅에서 읽히는 시를 생각해 주세요. 윤동주의 시와 정신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십시오". 니시오카 교수는 지난 2월에 발간된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의 첫 회보를 일부러 들어보이며 시인이 즐겨 불렀다는 '내고향으로 날 보내주'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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