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게이트'뒤흔들 뇌관

입력 2002-04-27 00:00:00

◈검찰 염씨 행방 추적

검찰이 최규선씨의 비자금 관리인이자 정·관계 로비내역을 담은 녹음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의 전 여비서 염모(34)씨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1차례에 수백만∼1억원까지의 거액이 최씨 차명계좌를 통해 염씨 명의로 수시로 출금된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염씨 아파트에서 최씨 것으로 보이는 통장 70개가 발견됨에 따라 염씨가 최씨 자금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염씨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테이프는 최씨가 벌인 각종 이권개입 행각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인 동시에 최씨 로비에 연루된 정·관계 인맥을 포착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된다.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천호영씨에 의해 미리 공개된 2건의 녹취록에는 홍걸씨의 금품수수 정황 및 정부 고위인사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검찰이 염씨를 통해 테이프 입수에 성공할 경우 정·관계 등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씨는 만년필 형태로 우리에게 익숙한 소형 디지털 음성 녹음기를 상의에 꼽고다니면서 자신이 접촉한 인사들과 대화내용을 녹음한 뒤 이를 다시 테이프에 더빙해 수백개(라면 2상자 분량) 가량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최씨가 천씨의 폭로로 궁지에 몰리게 되자 검찰 소환에 대비, 신변정리를 하면서 염씨에게 회사 금고 등에 보관된 테이프와 자금을 갖고 행방을 감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염씨는 98년초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최씨 개인비서로 일하면서 최씨를 알게 됐지만 단순한 비서나 자금 관리인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이 최씨 측근들의 전언이다.

최씨는 작년 5월 염씨가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할 당시 계약장소에 함께 나타나 전세금을 직접 지불하고, 고급 승용차를 구입해줄 정도로 꼼꼼하게 염씨를 챙겼으며, 염씨 집에도 자주 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염씨의 어머니가 다니던 경북 상주의 모사찰에 염씨와 함께 방문, 거액을 시주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서울 강남 C빌딩 매점과 커피숍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P사의 대표이사로 염씨를 앉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캐묻자 "염씨는 친구 이모씨의 약혼녀이고 미국에 있는 친구의 부탁에 따라 내가 잠시 돌봐주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그러나 염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의 실체에 바짝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염씨와 녹음테이프의 행방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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