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총경 도피에 '리모콘'있었나

입력 2002-04-25 14:25:00

최성규 전 총경을 경찰이 '못잡았나 안잡았나'하는 의혹속에 이번엔 외무부가 최 전 총경의 뉴욕입국 당시 미국무부에 억류요청조차 하지않았다는 사실과, 정부차원의 요청없인 미공항 특별출구의 이용이 불가능 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씨탈출에 보이지 않는 '리모콘'이 있는것 아니냐 하는 의혹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다.

강력범이나 사사로운 인물의 해외도피도 아니고 명색이 총경의 위치에까지 오른 고위공직자의 반사회적 도주행각에 무슨 '시나리오'의 냄새가 나고, 경찰과 검찰 심지어 외교부까지 권력 눈치를 봤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올판이면 이땅의 사회정의는 더이상 기대할 것 없다는 느낌이다.

경찰과 검찰을 뻔히 놔두고 우리는 '형사 콜롬보'를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소설속의 명탐정에게 물어야하는가. 한국정부는 최 전 총경의 신병에 대해 미국측에 아무 요청도 않았는데 뉴욕공항의 이민귀화국(INS)이 최씨를 일찌감치 상세입국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놓았다고 한다.

야당 조사단이 뉴욕 총영사관의 보고문건에서 확인한 내용이라니, 그렇다면 양국기관간에 보이지않는 '리모콘'역할이 있었다는 얘긴가? 그래서 한국측의 면회를 거절한채 빼돌렸다는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문다.

INS 등에 따르면 미국공항에서 입국자가 특별출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입국자의 신분 및 상황이 '특별한 경우'로 한정되며, 정부차원의 특별요청 없이는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뉴욕의 한광일 영사는 외교관 신분임에도 입국심사장 출입은커녕 최 전 총경의 얼굴조차 못보는 해괴한 일을 당했다. 이 세가지 정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꿰어맞춰야 하는가.

경찰도 '권력의 눈치보기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대책회의가 보도된 이틀동안 먼산만 쳐다본것은 도피방조라는 비판이요, 경찰청 이승재 수사국장의 통화사실 늑장보고에 대한 해명 역시 수사전문가의 그것이 아니다. 이 미스터리풀기에 또 특검이 필요한가? 경찰과 검찰, 외교부는 일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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