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노무현은 누구인가

입력 2002-04-24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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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집권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국민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를 잘 모르는 편이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을지 몰라도 그의 행적이나 비전, 인물 됨됨이 등을 전반적으로 잘 아는 일반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참고로 인명록에서 보자면 1946년 8월6일 경남 김해 진영 출생.

66년 부산상고 졸업. 73년 결혼. 75년 17회 사법시험 합격. 77년 대전지법 판사. 78년 변호사. 81년 공해문제연구소 이사. 85년 부산 민주시민협의회 발기인, 상임위원. 88년 제13대 국회의원(부산 동구) 당선 등).

국회의원 2선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경력. 1988년 초선의원때 5공 청문회에서 돋보이는 언행으로 몇몇 의원들과 함께 언론에 의해 청문회 스타로 지칭됐었고, 3당 합당때 YS를 따라가지 않고 나중에 DJ쪽에 합류해서 새천년민주당의 몇 안되는 영남출신 대중 정치인의 위상을 확보했고,정치적 컬러가 보수 우익 쪽은 아닌 것 같다는 정도-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도 대충 이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서, 돌풍을 일으키며 부상하면서, 이인제와 치열한 공방이 가열되면서, 노무현은 비로소 국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그가 한때 민주화운동을 했고, 노조의 불법파업을 지지했고, 미군철수 주장에 동조했고, 그의 장인이 좌익으로 옥사했다는 등등 많은 사실이 알려지기시작했다. 그리고 아줌마들 사이에 고졸 학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더라는 식의 관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잘 알게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은 진면목

경선장에서의 연설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경선지역마다 TV토론회를 열어 후보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그들의 생각과 정책을 드러내는많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국민의 관심과 궁금증을 별로 풀어주지 못했다.무차별 공세에 대응하기 급급했던가.

그의 무수한 발언에서 일반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만한 부분은 드물었다. 예민한 부분에선 대부분 핵심을 뭉개거나 비켜 감으로써 그의 진면목을 알리기보다 국민들에게 혼란감만 던져준 것은 아닌가.장인과 관련한 의구심에 대해 "아내가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합니까"라는 감상적 호소로 넘기거나 "달을 따오마 했을 때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문제"라는 식의 해명도 그런 사례다.

노동자를 위하고 재벌의 횡포엔 못참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때는 그때였고…"라는 식의 해명으로 노무현의 정체성을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이념공방에서 "판사, 국회의원, 장관도 했는데 무슨 소리냐""거두절미하고 일부분만 가지고 얘기하지 말라"는 식의 반박도 너무 상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념검증을 덮어씌우기식 색깔공세로 치부하는 것도 구태라는 지적이다. 이미, 보수 우파라해서 득 보고, 진보 좌파라 특별히 손해 보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 50% 이상이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간 이념이랄 것도 없는 기회주의자로 치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스팽이 세 불리를 타개하기 위해 "나도 알고 보면 우파"라고 외쳤다면 프랑스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줬을까. 또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상대 후보의 발언에 "참 답답합니다"라는 면박조의 반응을 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시차적응 이후엔

386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는 노 후보다. 철저한 논리적 사고로 벤처시대를 이끌어가는 80년대 대졸세대들이 비논리 비지성적 발언을수긍할 수 있을까.국민상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노무현 지지율의 상당부분은 기성정치집단에 대한 염증과 반동에 기초하고 있다. 새 인물에 대한 희구 열망의 반영인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정치입문 햇수로 볼 때 결코 정치권의 새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무기로 확실한지지율을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민주당과 DJ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겠지만 그는 그대로의 득표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 그의 과격 불안정한 이미지를 순화해야 한다는 설왕설래가 있는 모양이다. 한편에선 '노무현 다듬기'를 주장하고 노후보측 사람들은 '노무현 망치기'라고 반발한다고 하니 결과가 궁금하다.

노 후보 자신도 최근 "너무 빨리 상승해서 비행기 탈 때처럼 먹먹하고 멀리 여행을 간 것처럼 시차적응이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고 하니 시차적응후는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금까지 그의 언행은 경선이라는 당내 행사에서 당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정할 수 있다.

아직 국민 앞에 공식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노 후보가 당내 경선주자 아닌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국민 앞에 나타날 때는 "노무현은 누구인가"라는 국민의 궁금증과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재열(편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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