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제1당인 한나라당 후보의 면면을 보면 공천의 잣대를 신인보다는 현직, 청년보다는 장년, 장년보다는 노년을 삼지않았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광역과 기초단체장 후보의 평균 연령은 대구가 56.3세고 경북은 60.6세다.
40대 후보는 대구 동구와 북구의 구청장 후보 두 사람이다. 그것도 현역 단체장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이다.최근에 치러진 한나라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51세의 후보는 입후보자 세 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들어섰는데도 말이다.
그 때문인지 이 지역은 과거 안주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인물 키우기에 등한시했던 것이 점차 지역사회 정체라는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소외와 낙후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40도 안된 38세의 김민석 후보를 공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실제로 김 후보는 62세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선전을 벌이는 자신에 대한 여론의 높은 지지가 "세대교체 바람"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전국을 대상으로 한 '노무현 바람' 역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반감에 기인한다고 볼 때 세대교체든 계층교체든 유권자들에게 광범위하게형성돼 있는 변화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무풍지대 같기도 하고 오히려 변화를 외면하는 것 같던 대구·경북도 약간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40대가 명함을 못 내밀던 대구시장 선거에 47세의 남구청장을 지낸 이재용씨가 도전장을 내민 것만으로도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또 민주당이 대구에서 40대 초반의 구청장 후보를 2, 3명 공천할 예정인데다 경북에서도 노풍(盧風)을 업고 젊은 후보들이 공천 희망자 대열에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곳에 따라서는 여야나 한나라당과 무소속간의 대결이 노장의 대결 양상을 나타낼 지도 모른다.
여기에 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른바 '386세대' 출신으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가진 30, 40대 10여명이 지방선거에 명함을 내밀 것으로 보여 과거 한 두 명이 '연습 삼아' 선거에 나서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물론 이들 젊은 후보들의 선전 여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장로(長老) 우대를 모든 선(善)의 기준에 앞세우는 이 지역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는 시발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흥미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