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춤춘다'

입력 2002-04-23 14:38:00

해킹, 채팅을 통한 성매매, 사이버머니 사기 등 각종 사이버 범죄가 7배 이상 늘었지만 경찰 수사는 강화된 통신비밀보호법에 묶여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PC방을 통한 사이버 범죄의 경우 신속한 인터넷주소(IP) 추적이 급선무지만 현재로선 경찰이 자료를 제공받는데 하루 이상 걸려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

경북경찰청이 집계한 지난 3월까지의 사이버범죄는 1천1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2건보다 7.3배 증가했다. 또 대구지역에서도 올 3월까지 1천53건이 발생, 전년동기의 503건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개정된 통신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월평균 1천700여건에 이르던 통신관련 수사자료 요청은 약 80% 감소한 250여건에 그쳤다. 특히 통화내역 조회, 인터넷주소 추적 등의 자료신청은 지난 18일까지 88건에 불과했다.

사이버 범죄가 급증세에 있는데도 자료 신청이 줄어든 것은 통신보호법상 통신업체측에 자료를 요청하는 조건이 3월30일부터 크게 까다로워졌기 때문. 종전에는 자료제공 요청시 경찰서장의 승인으로 가능했던 것이 검사장 승인으로 대폭 강화됐으며, 제공받는 자료도 요청일로부터 과거 3개월 이내로 제한됐다. 또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접속지 추적자료, 발착신 전화번호 추적자료 등은 요청일로부터 3일 이내의 자료로 국한됐다.

최근 급증하는 사이버머니 사기의 경우 용의자가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IP를 추적해야 검거가 가능하고, 강력범죄 용의자의 위치추적도 신속성을 요구하지만 자료확보에만 35시간씩 걸리는 현 수사체계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긴급한 경우 통신업체에 자료를 미리 요청하고 사후 승인을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후 승인이 안될 경우 처리절차가 전무한데다 적법성 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경찰은 사후 승인 요청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김수희 경북경찰청 수사1계장은 "인권보호라는 통신보호법 개정 취지는 충분히 살려야 하지만 현재로선 수사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본청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준현·이종규·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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