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선 10대 아젠다(4)-신당·무소속 바람 부나

입력 2002-04-23 00:00:00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압도하는 분위기라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지난 98년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의 재판, 즉 '맥빠진 한나라당의 잔치판'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그러나 이번 선거는 대선과 맞물려 치러진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선거판을 완전히 휩쓸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나 비(非)한나라당 현역 단체장 가운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몇몇 지역은 현재로서는 우세 또는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박근혜 의원이 추진중인 영남 신당의 출현 여부다. 지금까지 박 의원의 행보와 기류를 분석하면 신당은 대구·경북에서 지방선거 후보를 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아직은 신당의 파괴력과 색깔이 불분명한 상태지만 신당의 주세력이 TK 지역 인사들인데다 신당의 이미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를 불러온다면 충분히 지방선거의 주 변수로 작용할 여지를 갖고 있다.

또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분 '노풍'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오던 '반 DJ정서'의 약화 현상도 신당이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우선적으로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낼 계획이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시·도지부도 "문경·예천 등 구미를 기점으로 한 북부 지역은 아직도 박 대통령의 이름 석자만 나와도 표가 몰리는 지역"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신당이라는 변수외에도 '비한나라 후보군'의 선전이다. 한나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던 대구 중·서구 구청장과 경북 김천의 박팔용 시장을 비롯 상당수의 현직 시·도 의원이 공천 과정의 불공정 시비를 이유로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탈당 단체장들은 "지난 지방선거와 같이 비정상적인 한나라당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 후보라는 명함만으론 현직 단체장이나 광역 의원을 상대로 이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재용 전 남구청장과 이의익 전 시장을 비롯 비자금 사건으로 한나라당 후보 경선 참여를 포기한 문희갑 대구시장까지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면 '무소속 바람'은 더욱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청장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한나라당 바람이 약화된 시기"라며 "시장 선거에 나선 분들의 지명도 또한 높아 정당보다는 인물 위주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당과 무소속 후보는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는 '반한나라당'이 아닌 '비한나라당' 정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풀기 어려운 난제'를 안고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흩어져 있는 '비한나라'의 에너지를 모아 신당 또는 인물 위주의 '무소속 후보 바람'이라는 '폭발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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