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미 이민귀화국(INS)의 입국조사를 받은 뒤 맏사위 정모(31)씨와 정식 입국, 잠적함에 따라 최 총경 소재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특히 최 총경은 통상 절차에 따라 6개월간의 입국허가를 발급받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체류 연장 조치도 가능해짐에 따라 미국에서 상당기간 '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한정갑 외사관리관은 21일 "최 총경은 19일 오후 미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 도착, INS 직원으로부터 약 3시간30분간 상세 입국심사를 받은 뒤 공항을 나와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당국으로부터 정식 입국허가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관리관은 "최 총경이 유효한 입국사증(비자)을 갖고 있고, 인터폴 수배도 돼 있지 않아 특별한 입국거부 사유가 없어 통상절차에 따라 6개월의 입국허가를 받은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총경이 미국에 잠적한 것은 이미 10년짜리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상태인 데다 친척이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장기 도피'를 위한 수순일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그는 이미 국내를 떠날 때 '장기 외유'를 결심하고 신변정리를 마쳤고, 19일 밤 구속수감된 최씨에게 '밀항하라'고 권유까지 했다는 주장도 나와 모종의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최 총경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에 입국, 잠적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최규선씨와 관련된 '청부수사'와 이에 따른 수뢰 의혹보다 더 큰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최 총경은 당초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택했으면서도 자카르타를 '중간기착지'로 삼아 국내의 추적을 피했다는 점에서 사전에 치밀한 각본에 의한 도피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최 총경이 자카르타로 건너간 것이 '도피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 총경의 미국행이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국내.외 비호세력과의 교감에 따른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현금이 1인당 최대 1만달러(한화1천300여만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간 미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잠적한 최 총경은 당분간 미국에서 국내.외 상황과 최씨의 검찰조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구명활동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은 최 총경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잠적한 최 총경이 자진귀국하지 않는 이상 최 총경의 소재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최 총경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외교통상부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최 총경의 소재파악을 미국에 요청할 수 있고, 인터폴을 통해 소재를 파악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