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급속하게 기형화, 회색도시화 하고 있다.미래를 생각않는 무계획한 도시 개발정책에 밀려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도심의 학교나 공장의 이전으로 어쩌다 생기는 대형 부지에는 어김없이 아파트촌이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시멘트 사막'과도 같은 대구 도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녹지대, 공원 등 휴식공간 확보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도심 난개발의 실태와 대책방안 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1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우방타워랜드에서 내려다 본 대구 도심은 '회색' 일색이었다.두류공원, 달성공원,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등 일부 녹지가 보였지만 도심 전체가 아파트, 빌딩 등 대형 고층건물들로 둘러싸여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자동차, 공장굴뚝 등에서 연신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와 매연이 고층빌딩 사이로 퍼져 마치 생명이 끊긴 도시를 보는 듯 했다.
지난해말 현재 대구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2.8평. 런던(7.3평), 파리(5.4평), 베를린(7.4평) 등 선진국 대도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원이 부족한 대구 도심이지만 공장, 학교 등의 이전으로 생긴 유휴지에는 고층 아파트와 교통혼잡을 가중시키는 대형 할인매장 등이잇따라 들어서 삭막함이 더해지고 있다.
북구 침산동 옛 대한방직(3만7천평) 후적지의 경우 지난 11일 E마트 칠성점이 개점한데 이어 오는 6월쯤엔 대구에서 가장 높은 40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7동이 잇따라 건립될 예정이다. 이곳엔 1천213가구의 아파트와 함께 스포츠센터 등 판매·근린생활·업무시설도 계획돼 있어 엄청난 혼잡을 예고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의 3배 크기인 북구 칠성동 구 제일모직(3만6천평) 부지에도 공원이 들어설 곳은 없다. 오페라하우스,체육근린시설, 숙박시설과 2천여가구의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성구 만촌동 구 국군의무사령부(8만5천600평)가 있던 지역은 대형 할인매장과 아파트 단지가 이미 들어섰다. 또 중구 면적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신개발지 북구 칠곡3단지는 총 67만9천여평 중 대부분을 2만가구의 아파트단지, 상가 등이 차지해 공원은전체의 4%(3만여평)에 불과하다.
지난해 롯데건설에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달서구 용산동 구 50사단(8만3천여평) 부지 경우 공원은 8천여평뿐이고 나머지는 아파트, 공용청사, 대형 할인매장 등 '콘크리트 건물'이 차지했다.
이에 앞서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전한 구 경북고, 구 능인고, 구 영남고, 구 정화여고, 구 대륜고, 구 오성고, 구 성광고 등 부지엔 어김없이 대형 아파트가 들어섰다. 또 덕원고 자리도 학교이전후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함께 지난 97년이후 속속 들어서고 있는 대형 할인매장도 대구 도심의 혼잡을 가중시키는 주범이다.외국의 경우 할인매장은 대부분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난스럽게 대구에서만은 공원 등 녹지가 조성돼야할 도심의 노른자위 땅에 잇따라 건립되고 있다.
올 3월까지 E마트, 홈플러스 등 13곳의 대형 할인매장이 이미 들어섰고 내년까지는 서구 구 황제예식장 부지 탑마트(올 12월 착공)등 5곳의할인매장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시민들은 "개발도 좋지만 휴식공간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구시 등 정책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